청조산악회 송년 산행기

관리자
202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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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에서 얻어가는 것들 


20여 년 전에부터 익숙해진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주차장. 12월 11일(일) 오전 8시, 대원 고속버스와 청조 선/후배 동문들… 이날도 여전하다. 다만 예전의 왁자지껄 하던 분위기와는 달리 조촐한 버스에 (43명이 탈 예정이란다) 오르니 반가운 얼굴들이 반겨준다. 

드디어 버스는 출발하고 20분 후 죽전에서 나머지 동문들을 태우고 버스는 달려 충남 서산 가야산의 주차장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지는 충남 예산군 덕산면과 서산시 해미면의 경계에 있는 가야산(해발 678m)으로 금년(2022년)의 마지막 산행이다. 

하늘은 맑지만 조금 살쌀함이 느껴지나 산행하기 쾌적한 날씨이다. 다들 가까운 기수들끼리 마주 보며 출발을 한다. 버스가 잠깐 길을 잃었다가 와서 예정보다 20분 늦어 10시 50분 경이다. 조금 걸으니 남연군(南延君)의 묘 자리에 도착했다. 여기가 명당자리여서 흥선대원군이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경기도 연천 남송정(南松亭)에서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사찰은 폐사되었다가 지금 7차에 걸쳐 발굴 중이라고 써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1866년 독일인 오페르트가 남연군의 묘를 도굴하여 대원군과 통상문제를 교섭한 사건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산행 들머리에 들어서니 벌써 땀이 송송 맺혀 온다. 된비알을 올라 숨을 몰아쉬니 쉬흔길바위(쉬흔-50-길의 충청도 사투리로 매우 높고 우람한 바위를 대부분 쉰길바위로 본다)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니 온 천하가 발아래 펼쳐진 다. 서산 시내, 서산 평야, 멀리 서해도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조망, 팔을 높이 펼쳐 산의 정기를 마음껏 받아드린다. 

옥양봉(해발621m)에서 동문들이 삼삼 오오 모여 챙겨온 것들을 둘러앉아 맛있게 먹고 있다. 우리들 (필자, 추윤호, 서영재) 3명은 전망 좋은 바위에 앉아 싸온 것들과 막걸리를 곁들여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먹으니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거기서부터 능선을 계속 타고 가서 석문봉(해발 653m)을 지나면서 같이 사진도 찍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선배님들은 저 앞으로 사라졌다. 세월을 거꾸로 보내시는지 산에 오는 청조 선배님들은 오히려 우리보다 더 산을 잘 타고 더 건강하고 더 젊게 사시는 것 같다. 선후배가 함께 등산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귀한 조언은 산행 시 늘 얻어 가는 선물 같다. 

가야봉(해발 678m) 정상에 도착해 서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올 한해를 반성해보고 내년의 계획도 잠시 생각을 해본다. 복잡한 일이나 인간사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찾는 우리나라의 산들은 나에게 항상 행복감과 건강을 챙겨주는 것 같아 금수강산 대한민국에서 지금껏 살아옴을 감사히 느낀다. 가야산의 유명한 서산 낙조를 느껴보고 싶지만 그냥 하산하기로 한다. 

집행부에서 예약한 식당에서 닭백숙, 오리 백숙에 하산주를 곁들여 산행에서 못다한 얘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그리고, 이재준 사무총장(39회)의 사회로 양재철 청조산악회장(29회)의 인사말과 퇴임 소감,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추윤호 동문(30회)의 건배사로 가야산의 송년 산행을 마무리하고 버스를 타니 꿀맛 같은 잠에 빠져든다.


 김한록(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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