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조춘추

동창회 화합과 결속 시급하다 / 2020.3월호

관리자
20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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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17회 · 청조인 편집고문


1815년 영국의 웰링턴 장군이 워털루 전투에서 13만 대군의 강적 나폴레옹을 무찌르고서“오늘의 승리는 이튼 운동장에서 이뤄졌다”고 감격의 승전 소감을 밝혔다. 전쟁과 직접 관련있는 육군사관학교가 아니라,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 시절의 중·고등학교가 인생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배움터라는 것이다. 

명문 부산고를 졸업한 청조인들이 국가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이룩하고 있는 것은 개인의 역량 못지 않게, 모교의 훌륭한 교육과 동창회의 든든한 배경 덕분이라고 하겠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은 실제로 한라산 보다 높지 않지만, 거대한 히말라야 언덕 위에 올라있기 때문에 그처럼 돋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떠돌이 물방울들 연잎을 만나 진주알 되었다’는 김영무의 시처럼, 모교는 우리를 진주로 만들어내는 연잎과 같다. 우리 모교는 청조인들이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주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국가나 사회, 기업 등 어떤 조직이든지 이를 결속하는 가장 강한 힘은 소통을 통한 화합이다. 일찍이 맹자도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공격하는 타이밍보다는 좋은 위치의 요새를 차지하는 것이 낫고, 요새보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동창회 조직도 마찬가지다. 우리 동창회 목적은 청조인 상호간에 친목과 협동, 그리고 모교 발전이다. 모교와 동창회 발전을 위해 3,864명의 풀뿌리 청조인들이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부산고발전위원회에 희사한 것은 국내외 어디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청조 동문만의 자랑이다. ‘동문수학한 벗은 동거하지 않는 부부요, 피를 나누지 않은 형제’라고 설파한 연암 박지원의 주장이 빈말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초량 언덕을 오르내리며 같은 스승 밑에서 함께 공부했다고 해도 세월이 지나고 주변 환경이 바뀜 에 따라 청조인 개개인 사이에 의식의 편차가 생기기 마련이다. 동창회는 연령과 직업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인데다, 생존의 목표나 책무(責務)와는 무관한 느슨한 연대의 조직이므로 화합을 해치는 일체의 언행은 절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동창회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월간지 『청조인』이 정치와 종교에 관한 의견이나 주장은 일체 취급하지 않는 불문율을 30년 넘게 지켜오고 있는 이유도 단합을 위해서이다. 마치 영국의 신사들이 어떤 모임에서나 정치와 종교는 화두로 꺼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것과 마 찬가지다. 

서양에서 “너, 유대인이지”라고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과 우리나라에서 “너, 전라도지”라고 하는 것을 금기시하듯이, 우리 동창회도 ‘뺑뺑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시험을 거치지 않는 후배들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흔히 인간은 오만해지면 그 어떤 충고나 비평도 비난으로 들리고, 독선에 빠지면 그 어떤 잘못도 소신으로 착각한다. 지금은 나이가 상좌(上座)를 보장하고 선배들의 지시는 무조건 따라야 하던 ‘멘토 시대’가 아니다.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후배들로부터 오히려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역멘토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구호와 깃발이 나부끼는 사회는 분명 좋은 사회가 아니다. 사분오열, 극과 극으로 대치하는 바깥세상의 갈등 분위기가 동창회 안으로 스며들게 해서는 안 된다. 종교개혁이 일어났을 때 부패한 가톨릭이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자정 운동을 벌임으로써 회생할 수 있었듯이, 최근 흔들리고 있 는 청조 동창회를 다시 세우기 위해 우리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21회 명예 청조인이자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 한 제프리 존스 변호사는 <나는 한국이 두렵다>라는 책에서 “갈수록 불신하고 삭막해지는 디지털 시대에 그나마 사람 냄새가 나는 한국사회의 학연과 지연이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부모가 싫으면 호적을 옮기고 나라가 싫으면 국적을 바꿀 수는 있어도 학적은 영원히 바꿀 수가 없다. 어쩌면 우리 청조인은 운명적인 만남이므로 서로 껴안고 멀리가야 하지 않을까. 

부산고 브랜드를 자양분으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모교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되찾고 청조 정신을 더욱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동창회 화합과 결속 시급하다.                                                                                                                                       

                                                                                                                                                                                                                    김동현 17회·청조인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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