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간다] 가파르고 힘들다면 지름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관리자
2022-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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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이선조 (45회, LG CNS 금융디지털담당 상무) 

*멘티 김영준 (68회, 서울시립대 통계학과 졸업) 



 〈후배가 간다〉코너의 멘티로 초대를 받고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최근 들어 통계학에서 IT 개발자로 진로를 바꿨기 때문에 제대로된 질문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업계의 선배님을 만나는 이런 좋은 기회는 쉽게 오지않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 망설이다 결국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다. 

인터뷰 당일 선배님을 만나러가는 길은 땀이 흥건해질 정도로 뜨거웠다. 하지만, 선배님과 함께하는 시간 내내 날씨보다 더 뜨거운 후배사랑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내게 선배님은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셨고, 본인들의 많은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다. 특히 선배님의 전공도 나와 같은 통계여서 더 잘 통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얘기가 많았다. 덕분에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방향을 어느 정도 결정할 수 있었고, 막막하고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고민들을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부산고 졸업생이라는 사실에 다시금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 시간이었다. 


학창시절 겪은 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중학교 때 부산고에 배치받고 한참을 울었다. 당시 나는 대연동에 살았는데, 친구들 대부분은 인근 학교에 배치를 받았고, 대진이, 동원이 등 몇몇 친구들만 부산고를 갔다. 친한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과 처음 겪게 되는 원거리 통학이 막막해서 굉장히 슬펐던 것이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의 부산고는 염종석, 손민한, 진갑용, 주형광 등 전국 최강의 고교 야구팀이었다. 89년 대통령배 우승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학교와 선생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끼리 단체로 서울 동대문야구장에 가서 응원을 했었다. 야구장에 올라오니 서울에 계신 선배님들께서 열렬히 환영해 주셨고, 함께 “부고가 왔다”를 목이 터져라 불렀다. 우리 학교는 우승했고, 선배님들이 용돈과 차비와 먹을 것들을 잔뜩 주셨다. 비록 다음 날 학교에서 선생님들께 혼이 나기는 했지만, 학창시절 가장 행복한 기억이다.


SI 업체에 근무하게 된 계기와 LG-CNS만의 장점이 있다면? 

대학교 때 사귀던 여자친구가 자기는기다릴 수 없다고 군대 가면 헤어지겠다고 했다. 미루고 미뤄서 결국 학부, 석사, 박사까지 군대를 안가고 다녔다. 여자친구와는 헤어지고, 박사는 마쳐서 이제 군대에 가 야만 했는데, 마침 당시 뜨고 있었고 내가 대학원과정에서 공부한 적이 있었던 ‘데이터마이닝’과 관련해 LG에서 병역특례 전형이 나왔다. 거기 지원해 운좋게 합격해서 지금까지 20년 넘게 다니고 있다. 

외부에서는 LG-CNS를 ‘IT 사관학교’라고 한다. 자체적인 교육과 4달짜리 합숙까지 시키는 정도의 심화 프로그램을 통해 신입사원들도 전문가로 만든다. 소위 말하는 네카라쿠배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민을 줄여 칭하는말)에서 연봉 1~2천만 원 더주고 데리고 갈 정도로 인력 수준이 매우 높고 전문적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인력 유출이 매우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삼성SDS, SK C&C 등은 SI 프로젝트의 계열사 편중도가 80% 이상 되는데 비해 LG-CNS 는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외부 사업 비중이 40% 이상 된다. 그러다 보니 대외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고 이런 선순환 구조가 결과적으로 실력 있는 개발자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다. 



DX(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DX라고 해서 기본적인 핵심 역량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90년대 말 IT업계의 키워드가 ‘E-Business’였고, 2010년대는 ‘Smart, Mobile’이었던 것 처럼 지금 키워드가 ‘Digital, DX’인 것이다. 키워드는 바뀌어도 핵심역량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10년 전에 참가했던 컨퍼런스에서 도날드 설(Donald Sull, MIT 경영대학원 교수)이 스마트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Agility(민첩성), Absorption(흡수력. 맷집)을 꼽았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는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서도 변하지 않는 핵심 역량이다. 소위 디지털 기술 이라고 하는 ABCDE(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에코시스템) 환경 변화에 어떻게 잘 적응하고, 두려움 없이 빠르게 대응하고, 시행착오를 얼마나 잘 견뎌내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코딩을 배워 개발자로 전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항해의 시대’에 비유해서 말하자면 지금은 ‘대개발자의 시대’다. 학교나 학원뿐만 아니라 삼성과 같은 다양한 코딩 과정이 있는데,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정해진 업무만을 하는 현장 업무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기초 교육만 받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기를 다지는 면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LG-CNS와 같이 업무 특성상 변동성이 많고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IT 전문 업체에서 바로 적용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지금 후배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SSAFY(삼성 청년 SW 아카데미)와 같은 과정을 이수한 것보다 통계학 전공 지식이 더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통계학을 한 사람들은 알고리즘적 사고를 기본적으로 하고 있고, 데이터를 보는 시각이 잘 갖춰져 있다. 소프트웨어를 공부한 사람은 데이터를 자료의 성질로 보는 경향이 있고, 통계를 하는 사람들은 데이터를 현상 중심으로 보는 눈이 있다. 그게 큰 장점이다. 프로그램을 배우더라도 통계학 공부는 꾸준히 했으면 한다. 


선배님만의 자기관리 방법이 있을까요? 

사회생활 연차와 직급이 올라가면 내가 온전히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진다. 아침 8시 30분 이후로는 사실상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전 시간을 내가 어떻게 잘 쓸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편이다. 그리고 상사가 업무의 데드라인을 금요일로 줬을때, 금요일에 보고하면 지적/지시를 받고 깨지는 일 밖에 없다. 하지만, 목요일에 가지고 가면 상의가 되고, 수정해서 보고하면 데드라인을 지킬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을 빨리 편하게 하는 방법은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하는 것이다. 가끔 번아웃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번아웃은 일을 잘 하는 사람에게 흔히 오는 증상이다. 번아웃이나 좌절, 실패 등을 하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다가 번아웃이 오면 ‘일을 잘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라. 다만, 본인이 그런 상태임을 외부에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에서도 도와주고 쉽게이겨낼수있다. 


부산고 선배,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꼰대 같은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자신만의 좌우명이 필요하다. 좌우명은 판단이 어렵고 헷갈리는 힘든 상황일 때 자신을 다잡아 주는데 좋다고 생각한다. 

일요일 아침 영상 앨범 ‘산’을 즐겨 본다. 한 번은 산을 오르다가 출연한 연예인이 “너무 힘들다”라고 말했는데, 그때 같이 가던 산악가이드가 “가파르면 지름 길이죠”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이 너무 가슴에 와닿았다. 직원들을 독려할 때나 나를 바로잡을 때 그 생각을 하곤 한다. 본인만의 실행원칙 같은 것, 헷갈리거나 방황할 때 나를 잡아 줄 수 있는그런 말 하나쯤은 가슴에 두고 있었으면 한다.

정리_조철제(44회·청조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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