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조에세이] 우리는 이렇게 늙어간다

관리자
202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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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늙어간다 


이태희(28회, 28청산회장ㆍ(주)바이오테크서비스 전무)    


일상생활에서 점차 계단을 이용하는 시간과 기회가 줄어들고 계단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횟수가 많아지는 것을 무시하며 늙어가고 있다. 지하철에서 빈 좌석을 차지하기 위한 시선이 전보다 활발해졌고 경로석의 빈자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차지하면서 늙어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찾아온 게으름에 익숙해지며 약해져가는 근육을 탓하며 늙어가고 있다. 

혼자 설 수 없는 순간까지 우리는 두 다리로 걷고 또 걸어서 생각보다 일찍이 각자의 몸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며 늙어가야 한다고 다짐을 하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않음에 미안해 하지도 않으며 늙어가고 있다. 개업식 때 선물 받은 축하 화분의 화려한 꽃들이 관리 소홀로 점차 시들어 가듯이 게으름으로 인해 약해진 신체 변화를 감지하며 늙어가고 있다. 때가 되면 담담하게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현재에 살아 있는 이 순간에 고마움을 느끼고 열심히 살며 늙어가고 있다. 

각자의 인생에서 다시 꽃을 활짝 필 수 없는 안타까움을 대신하여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에 맞춰 피어나는 꽃구경을 즐기며 늙어가고 있다. 남은 좋은 추억들을 하나라도 건지고 간직하고자 흘러간 강물과 같은 지나간 긴 시간들 속에서 열심히 낚싯대를 던지며 늙어가고 있다. ‘의리로 살아가는’ 같이 늙어가는 아내와 부딪히기 싫어서 그녀의 명령에 고분고분하게 따르며 가사분담으로 때로는 설거지와 쓰레기 봉투 처리, 분리 수거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당번이 된 순한 양이 되어가며 늙어가고 있다. 

손주들과 시선을 맞추기 위하여 그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이름과 좀처럼 외우기 힘든 기다란 공룡의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하며 늙어가고 있다. 세대 차이는 나이 든 사람이 느끼는 것보다 세상을 덜 살아서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세대들이 더 크게 느낄 거라고 위안을 해가며 늙어가고 있다.

많은 비밀번호를 외워야 하고 가끔, 비밀번호가 헷갈려 카드 사용을 못 하거나 인터넷 접속을 못하는 경우를 겪으며 늙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로 서로가 만나지는 못하지만 지난 시간의 정을 생각하며 연결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SNS를 통한 공감의 시간을 보내며 늙어가고 있다. 세월이 지날수록 침침해지며 떨어져 가는 시력으로 책은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이 되고 있으며, 점차 텔레비전 과 친해지며 OTT(Over The Top : 개방된 인터넷 방송 프로그램)를 접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삶을 살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 이전의 일상회복을 기대  

암이라는 존재와 그로 인해 고통받고 수술 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가족들이 내 주변과 친구들 주변에 혼재해 있 음을 직접 겪으며 늙어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오랜 기간 만나지 못한 친구를 보는 순간, 가족의 병구완에 힘을 써서 더 나이가 든 모습에 그가 행해온 지아비로서 노력과 수고스러움을 위로하며 늙어가고 있다. 생각보다 일찍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등학교 동기의 아내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또 다른 동기들의 처진 어깨, 숱이 적어진 머리와 주름이 늘어간 얼굴 그리고 걷는 모습이 불편해 보이는 장면에서 우리는 이렇게 늙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현재는 더 나이가 들어 병원 신세를 질 때에는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고 품위 있고 존엄하게 죽을 것이라는 장담과 기대를 하면서 늙어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는 시간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심경의 변화로 품위있는 존엄사를 지키겠다는 장담과 기대를 저버릴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늙어가고 있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극복되고 사라져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하는 기대로 살아가고 있다. 노화, 질병, 고립, 소외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소소한 일상의 재미를 같이 겪고 공통의 취미활동을 나누며 훈기 있고 즐거운 60대가 누릴 수 있는 좋은 추억의 고리를 다시, 편하게, 언제든지, 친구들을 보고플 때마다, 연결하며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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