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제2의 인생_ 김형준 동문(25회) : 준비만 잘하면 2모작 인생도 즐겁다

관리자
202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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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만 잘하면 2모작 인생도 즐겁다 

김형준 동문(25회·사단법인 한국코치협회 감사)


 김형준 동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보이스카우트의 구호인 ‘준비’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준비’라는 말은 현재에 충실한 ‘실행’의 측면과 다음 단계를 위한 ‘계획’의 측면을 모두 포함한다. 그래서인지 2모작 인생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도 김형준 동문이 씩씩한 보이스카우트처럼 느껴진다고 하면 외람된 표현일까? 

1977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군에 입대했는데, 나이 어린 선임병들의 등쌀에 시달리면서 말뚝 초병을 서기 일쑤인 경계부대에서 김 동문이 생각해낸 대안은 영자(英字)신문을 구독하는 일이었다. 겨우 천몇백 원이던 월급에서 신문 구독료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영어의 내공은 쌓이고 있었다. 초소로 나갈 때마다 영자신문을 찢어 주머니에 넣고 가서는 사뭇 외다시피 했다. 이런 생활이 습관이 되자 보초 근무가 지겹거나 힘들지도 않고 영어까지 친숙해졌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였다. 


군대에서 닦은 실력으로 입사 면접 통과 

 일부러 준비하자고 했던 바는 아니지만, 제대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어서 치른 유공(油公, 현재 SK이노베이션) 입사 시험의 면접에서 보초병 영어실력이 위력을 발휘한다. 1979년 당시는 미국의 걸프오일이 유공을 경영하고 있어 영어는 입사의 필수 조건인 셈이었다. 필기 시험의 영어를 식은 죽 먹기로 통과했는데, 아예 면접 까지 영어 지문(地文)을 내주고는 영어로 해석을 하거나 설명을 보태는 식이었다. “이거 되게 쉽네요.” 지문을 쓱 읽어보고 김형준 동문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내뱉었다. 제대한 지 며칠 안돼 짧은 머리에 얼굴이 새까맣게 탄 응시자가 내뱉은 말로는 정말 어울리지 않았지 만, 김 동문은 자신의 말에 걸맞게 면접관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입사를 했다. 


해외 비즈니스 쪽에서 활동하며 임원 승진

 김 동문은 유공이 신규 진출한 유공가스(현 SK가스)로 배치되어 기획, 대외협력, HR, 해외사업 등의 업무에서 팔방 미인처럼 활약했고, 2000년 초에 기업의 별이라고 하는 임원 승진을 했다. 임원 승진후 중국을 비롯한 해외 비즈니스와 신규 사업을 담당하는 해외통으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으며, 우리나라 LPG 수입량의 절반을 들여오는 역할을 감당하였다. 

그리고 입사 시험 때처럼 영어가 쉬워 보인다고 자랑 삼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는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이 오랫동안 외국 사람들과 비즈니스로 교류하면서 ‘절대로 영어 유창한 척하지 마라’는 해외 비즈니스의 철칙을 내공으로 쌓기도 했다. 아울러 해외 거래선의 문화와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체득하였다. 

2009년에는 나이가 차서 퇴직하게 되었는데, 바로 그 무렵 외국어대학교에서 ‘브릭스 국가의 상거래 문화’라는 전공과목을 맡아 강의를 했다. 현장 경험을 살려 강의를 하니 학생들의 평가도 무척 좋았다. SK 정책협력팀 등에서의 경험으로 제대로 무장할 수 있었던 것도 2모작 인생을 위한 현업에서의 ‘준비’라고 할 수 있겠다. 




2모작 인생 구상하고 석사학위 도전 

 외대에서 강의하는 동안 김형준 동문은 2모작 인생(Second Life)에 대해 구체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고, 인천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영학과 진학을 결심한다. 50대 후반의 나이로 학위 과정에 도전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결정이었지만, 결과로 보면 올A의 성적으로 석사학위를 받아낸다. 2모작을 위한 더 탄탄한 준비가 이루어진 셈이었다. 

도중에 중소기업의 사장을 맡아 회사 경영을 하기도 했지만, 2모작 인생의 중심은 강의와 저술이었다. 광운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겸임교수를 맡아 1학기에는 ‘기업경영’과 ‘국제통상’에 대해, 2학기에는 ‘위험관리론’을 강의하며 5년 동안 봉직했다. 한국코치협회 감사 역할이나 챔버오케스트라 ‘뮤직 앤 피플(M&P)’의 고문 역할 역시 김형준 동문의 2모작 인생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기업체에서 ‘음악과 경영’, ‘안전관리의 요체’, ‘인재 육성’을 주제로 자주 특강을 하면서 얼마 전에는 책까지 펴냈다. 『베트남, 인도와 협상하기』(박영사, 2021 년 1월 출간)는 ‘포스트 차이나 시대, 뉴 비즈니스 파트너’로 꼽는 베트남과 인도에 대한 협상 노하우를 다룬 책인데, 인종과 종교, 언어가 다양한 인도의 사례는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고 김 동문은 강조한다. 김 동문은 국제협상에서 우리가 단일민족, 단일 언어, 단일 문화권에 속한 것이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외국인에 대해 우리식으로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보기에 다 같은 인도인이라고 해서 힌두교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상대방이 이슬람교나 시크교도일 경우 낭패를 보게 된다. 인도라고 해서 각론을 따져보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접근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뜻이다. SK에 근무할 때 직접 세계 곳곳의 현장에서 협상을 담당했던 경험이 바로 책을 위한 ‘준비’였던 셈이고, 책에도 그런 경험이 켜켜이 녹아 있을 성 싶다. 이 책은 최근 네이버에서 베스트셀러로, 코트라와 교보문고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 



새해에는 ‘음악과 경영’이라는 새로운 영역 정립할 것

 경영학을 전공했고,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음악을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은 낯설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김 동문과 음악의 인연은 떼려야 뗄수 없는 정도인 것 같다. 피아노를 독학으로 익혀 베토벤의 월광곡 1악장을 언제라도 연주할 수 있고, 바이올린은 부산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배웠으며 부고합창반과 노엘합창단원으로 활동하였다고 하니 챔버오케스트라 고문 역할이나 아스라이합창단 활동은 당연지사로 보일 정도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부산의대 다니던 모교 17회 박경모 선배(현재 부산 충무로 한양정형 외과 원장)한테 바이올린을 배웠고, 경남여고와 부산교대를 나와서 대연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큰누나가 바이올린을 사줄 정도로 음악과는 인연이 깊은 셈이다. 

김형준 동문은 음악 생활의 3요소인 작곡, 연주, 감상을 기업의 R&D와 생산, 마케팅 활동, 고객과 대비시킬 수 있으므로 피터 드러커의 말대로 음악의 요소를 기업경영에 적용한다면 기업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강조한다. 새해에는 ‘음악과 경영’을 책으로도 펴낼 계획이라고 하니 그동안 ‘준비’해온 김형준 동문의 성과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같다. 


취재_이재욱(27회·청조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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