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강부약 명분으로 하향 평준화로 가선 미래 없어

관리자
2021-08-09
조회수 496

억강부약 명분으로 하향 평준화로 가선 미래 없어

박재완(26회)  /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청조인들 가운데 근황이 언론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무척 궁금한 분이 있다면 그는 박재완 동문(26회)이 아닐까 싶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합격 후 감사원과 재정경제원, 대통령 비서실 서기관을 거쳐 하버드대학 박사 출신으로 성균관대 교수와 국정전문대학원장, 국회의원,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내고 고용노동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박 동문.

그는 지금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아 장관 재임 시절 못지않게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들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일 없는 박 동문이 청조인지 초대석 요청만큼은 흔쾌히 수락했다. 인터뷰 시간은 어렵사리 만들어내긴 했지만 그만큼 모교와 동문들 일이라면 만사 제쳐놓는 박 동문이다.

 


정보 편식, 진영논리 공고화 경계해야

지난달 12일 서울 필동에 있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집무실에서 반가운 미소로 기자를 맞이한 박 동문을 만났을 땐 가지런한 은발의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얼마 전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일이 있어서 2주간 자가 격리를 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수염까지 기르게 됐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우리를 직격하고 있는 셈인데 걱정입니다.”

박 동문은 누구를 만나도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을 주지만 2년째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우리 사회의 현 상황과 관련해서는 걱정이 앞선다.

“제가 맡은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는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과 이슈를 분석해 수시로 회원 3만5천여 명에게 이메일을 보내는데 꼭 읽어보셔야 할 분은 삭제하거나 외면하시는 경우가 많아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박 동문은 최근 우리 사회가 정보를 일정한 방향으로만 취사선택하고 이런 편식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된다고 말한다.

즉 SNS가 삶과 생활을 지배하면서 각자 자기 울타리 안에서만 얘기하는 게 확대 재생산되다 보니 진영논리가 공고해지고 양 진영 간의 대화나 의견은 갈수록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절충과 합의가 민주공화정의 본령인데 우리 사회에서 진영논리가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각자의 영역이 공고해지는 가운데 반대편에 대한 편견이 심해지고 유교 문화의 명분론과 원리주의마저 가세하면서 실용과 거리가 먼 당위론과 이념이 득세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 동문은 우리 사회가 주요 화두로 억강부약을 얘기하는데 이는 보편적 본성에 부합되는 면이 있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하향 평준화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상산고등학교 등 자립형 사립고 취소 사태 등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앞서가는 사람의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이들이 맘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상향 평준화로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말했다.

 

활발한 26회 모임, 고교땐 야구 무용담 만발

자리가 자리인 만큼 사회 현안에 이어 학창 시절과 동문들 얘기로 화제가 돌아가자 박 동문은 특유의 미소로 얼굴이 밝아졌다.

“26회 동기들 가운데 지금도 자주 어울리는 친구는 고등학교 때 같은 서클 ‘킵온 러닝’ 멤버들입니다. 당시 CCR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서클 이름은 실컷 놀면서 ‘자기계발도 하자’였던 것 같습니다. 하하. 동기인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장남식 전 손해보험협회 회장, 고 최용림 장군 등이 있으며 골프 모임 멤버인 하동근 전 iMBC 사장, 안영욱 변호사, 이재균 전 장관을 비롯해 노희진 전 SK 감사위원장, 곽태철 대서양 대표 변호사는 지금도 만나는 좋은 친구들입니다. 26회 동기회가 어느 기수보다도 활발해서 가능한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박 동문은 이어 고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1972년 황금사자기 야구 결승전 사건을 꼽았다. 그는 당시 야구 응원부장을 맡아 수시로 수업도 빠지며 부산고 야구 팀 승리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마침내 군산상고와 맞붙은 황금사자기 야구 결승전 날 당연히 수업을 반납, 무단 결석하고 상경해 목이 터져라 응원했지만, 결과는 9회말 역전패. 서울의 선배 하숙집까지 가서 밤새 술로 울분을 토하고, 마신 것도 토한 뒤 다음날 학교로 복귀했지만 돌아온 것은 담임 선생님의 이른바 ‘빳따 세례’였다. “입시로 하루가 금쪽같은데 야구 응원한다며 무단으로 수업까지 빼먹은 저를 담임 선생님께서 결코 용서하실 수 없었던 것이죠.”

이로 인해 당시 서울대반인 문과 3반에서 나가라는 최후 통첩까지 받았던 박 동문인 만큼 야구와 관련된 무용담은 무궁무진하다. 그는 경남고와 구덕운동장에서 가진 야구 경기에서 대패하자 그라운드로 난입, 난동(?)을 부리다 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박 동문은 심지어 모교인 마산중학 야구부의 좋은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해 마산을 오고간 끝에 무려 4명의 선수를 부산고 야구부로 스카웃시키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이런 무용담은 청조인지 ‘까까머리의 추억’의 26회분에 대표 집필로 상세히 소개한 바 있다고 박 동문은 전했다.

 

장관 시절, 닮고 싶은 상사 1위에 뽑혀

그는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시 부처 공무원 설문 조사에서 가장 닮고 싶은 상사 1위로 꼽혀 화제가 됐으며 2008년 금융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경제에 관한 한 역대 어느 정부보다 이명박 정부가 잘했다는 서울대생들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박 동문의 이런 리더십과 역량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고 롤모델이 된 인물은 서울대 교수와 국회의원 등을 지낸 박세일(1948~2017) 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다. “박 이사장님은 나라 걱정으로 평생을 보내신 우국지사로 인품도 훌륭한 경세가이셨습니다. 이사장님이 미국 코넬대학에서 박사를 하시고 그 이전에 도쿄대학에서 유학하시면

서 일본이 걸출한 나라가 된 이유가 뭘까를 연구하셨습니다. 사회 리더들과 지식인들이 합심해서 국가를 이끌어가는데 중요한 기관 즉 씽크탱크를 만들어 이를 통해 방향을 잡고

실행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박 이사장은 이에 따라 우리도 나라를 선도할 수 있는 씽크탱크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통해 국가적 실행방안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한반도선진화재단을 창립하게 됐다고 박 동문은 설명했다. 재단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세계화, 선진화, 한반도통일 등 주요 비전도 이 같은 창립 목적과 배경에서 나왔다고 그는 부연했다.

박 동문의 주옥같은 고견은 이어졌지만, 다음 일정 때문에 나머지 얘기들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청조인지는 매달 잘 챙겨보고 있으며 젊은 동문을 많이 소개하는 등 동문 동정을 좀 더 많이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도 후배 편집자에게 전하고 초대석을 마무리했다.


인터뷰_김강석(30회·청조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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