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간다] 진인사(盡人事)하면 그것으로 된 것

관리자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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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사(盡人事)하면 그것으로 된 것 

Mentor : 정종민(30회, 원일산업 대표이사·예비역 육군 소장) 

Mentee : 전인수(73회, 육군사관학교 재학) 


“직업군인으로 소장으로 예편하신 선배님이 있으니 만나보면 어떻겠느냐”는 <후배가 간다> 코너의 인터뷰 제의는 내가 몸담을 군 조직의 선배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을 좋은 기회였기에 덥석 받아들였다. 선배님과 인터뷰가 있었던 10월 16일, 인덕대학교에서 열린 ‘청조인 가족 체육대회’에 참석했다가 조철제(44회) 선배님과 함께 인터뷰 장소인 육군사관학교 근처로 이동했다. 체육대회에 참가하느라 트레이닝복에 반바지 차림이었던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훤칠하고 풍채 좋으신 선배님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셨다. 육군사관학교 정문에서 간단히 사진을 찍은 뒤 근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을 때, 선배님은 사전에 내가 준비한 질문에 구애 받지 않고 ‘살아온 이야기, 군 생활에서 느낀 인사이트’ 등을 아낌없이 들려주셨다. 가을 밤과 함께 깊어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학창시절의 꿈과 직업군인이 된 계기는?

시대적으로 고교평준화가 시작되어 선후배의 생각 수준 등 모든 것의 괴리가 컸던 시기였고, 학교의 기대는 컸지만, 우리는 부족했던 것 같다. 초량시장 길을 따라 이른 아침 등교하고, 수업 끝나면 학원으로 독서실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생활이었다. 별다른 꿈을 갖고 있었다기보다는 각자의 현실적인 사정에 맞춰 살았던 시기였다. 아버지가 참전 용사이신데 6·25 전쟁을 겪으면서 팔 한쪽을 잃으셨다. 아들인 나에게는 꼭 장교로 군대에 가라고 하셨다. 장교로 가면 다치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하셨던 것같다. 

막연히 장교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대학동기가 ROTC에 지원하는 것을 보고 엉겁결에 같이 지원하게 되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학군단에 입단하고 2학년 겨울방학에 가입단 교육을 받았다. 생각했던 후보생 생활과 달리 선배한테 맞기만 하고 얼차려만 심하게받았다. 그만두려고 했는데, 받은 훈련이 아깝고 하루 이틀 버티다보니 그렇게 임관해서 장교의 길을 걷게되었다. 처음엔 단기로 빨리 끝내고그 당시 활황이었던 건설업계에 취직할 계획이었는데, 초등군사반(現신임 장교지휘참모과정)에서 공병 전체 1등을 해버렸다. 기대를 가득 받으면서 소위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간부 실기경연대회에서

군단장 표창을 받고 교관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렇게 주변에게 잘한다는 인식이 생기고 성과가 너무  좋으니 조금 더 군생활을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인도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 중령까지만 해보자고 생각하면서 소위 때 장기복무 신청을 하게 되었다. 


참 군인이 되려면 어떤 성품을 갖춰야 할까요?

동기들이나 선배님들을 만나면 가끔 소령 때 군사령관님께 대들었던(?) 얘기를 하곤 한다. 그 당시 대장은 정말 까마득히 높은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잘못 이해하고 계신 것을 직언하고 바로잡는 것이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 했다. 이렇게 장교라면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급이나 주변 시선에 얽매여서 휘둘리다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허례허식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실리를 추구하다 보면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지휘관이 될 수 있다. 

직업을 군인으로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군인이라는 직업을 가지려는 사람은 ‘지·덕·체’에 ‘명예’를 알며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바른 국가관과 명예심, 존중하고 헌신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추어야한다. 진급이나 주변 시선에 얽매여서 휘둘리다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또한, 자신이 맡은 임무에 대해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상급자가 주는 것은 업무이지 스트레스가 아니다. 일을 더주는 것은 나를 믿고 맡긴다는 뜻이다. 더 감사해야할 일이다. 자신을 인정해 주시는 윗분에게 감사하고, 혹시 일이 막히거나 어려우면 혼자 끙끙 대지 말고 윗사람과 적극적으로 상의할 수 있어야 한다. 흔히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하는데, 남들이 알아 주기를 바라지 말고 '진인사(盡人事)'하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내가 뭔가를 했다고 더 큰 보상을 바라지마라. 


전역 후에도 활발히 활동을 하는 등 진취적인 삶을 사는 원동력이 있다면?

활발한 인간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데, 군인은 부족한 시간적 여유와 근무지가 전후방 각지를 돌기에 환경적으로도 가정 생활과 외부 활동 및 인간 관계에 여러모로 지장이 많다. 軍人으로 필요한 일은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내 소신이었기에 해야 할 일을 위해서는 모든 일에 그 순간순간 집중하며 살 수 밖에 없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이 시간적·환경적 제한 속에서도 가능한 범위에서의 가정과 외부 활동에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을 가져왔다. 

공병으로 근무하며 다양성을 배웠고 그 자체가 전역 이후에도 연계성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기에 활발한 대외 활동이 가능했고, ROTC 출신인 나는 대부분 동기들이 사회에 있기에 동기, 선후배들과 가능한 범위에서 관계를 지속적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피곤하니까, 거리가 멀기에 등등 소원해지는 관계의 핑곗거리를 찾기 전에 가능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관계를 발전시키다 보면 주변 사람들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하듯 걱정만 하면 걱정한 대로 될 수 있기에 걱정할 것이 있으면 보완하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존중하고, 내가 조금 더 헌신하며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적극적인 생활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사회에는 정말 많은 길이 있고, 그 어느 곳에도 정해진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여러분이 걸어가는 길에는여러분이 갖고 있는 생각대로의 길이 열린다. 긍정적인 생각과 상대방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여러분들의 길을 자신감 있게 나아가라. 요령 피우면서 얼렁뚱땅하지 말고 작은 일 하나라도 올바르게 하는 습성을 들여라. 그러면, 모든 일이 저절로 잘 이뤄진다. 여러분 인생에 이뤄야 할 것들은 여러분의 마음 속에 이미 충분하고도 넘치도록 있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세상에 하나하나 펼쳐놓기만하면 된다. 


정리_조철제(44회·청조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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