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조초대석/ “삼성 40년은 연습게임”

관리자
202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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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40년은 연습게임”

윤순봉 전 삼성서울병원 사장(27회)  



2020년 11월 한 일간지에서 윤순봉 동문(27회)을 ‘유튜버 도전하는 삼성 사장 출신’으로 소개했다. 삼성석유화학 사장과 삼성서울병원 사장 등 삼성그룹에서 화려했던 그의 이력을 떠올리면 다소 뜬금없는 뉴스였다. 그러나 유튜브 채널 ‘윤순봉의 서재’는 실재했다. 업로드된 동영상만 3백 개가 넘는다. 

코로나에서 미국 대선, 신인류의 탄생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서울 청담동 윤 동문의 사무실을 찾았다. 적지 않은 규모의 사무실에는 대형 책장이 들어서 있었고, 수천 권의 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서재’라 부르기보다 작은 도서관이 더 적당한 표현 같았다. 인문, 역사, 경영, 국제관계, IT, 의학 등 인간사의 모든 분야를 망라했다. 

환한 미소로 후배를 반긴 윤 동문은 이런 말을 꺼냈다. “삼성에서 40년을 보냈다. 삼성에서 나올 때는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더 일찍 나왔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삼성에서 40년은 연습 게임이고 지금부터가 본(本)게임이다. ”그러면서 최빈(最頻) 사망 연령을 언급했다. “직접 통계기법을 동원해 계산한 결과 현재 66세의 최빈 사망 연령은 98세다. 여벌로 남은 인생 32년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했다.” 


‘네오사피엔스’와 한국 그리고 본(本)게임 

그의 고민은 ‘네오사피엔스’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귀결했다. 네오사피엔스는 윤 동문이 이름 붙인 21세기 신인류다. 호모사피엔스는 종족 번식 기능이 가능한 동물로서의 인류인 반면, 네오사피엔스는 종족 번식 임무를 끝낸 인류라고 구별했다. 

세계 유수의 의학 전문 학술지 The Lancet에 따르면 2030년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90.8세로 주요 35개국 중 1 위를 차지한다. 여성의 폐경기를 50세, 최고 60세로 잡아도 한국인은 최소 30년 이상을 네오사피엔스로 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초고령사회를 향해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한국은 네오사피엔스 모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오사피엔스 사회는 연금, 건강보험, 일자리, 생산 가능 인구, 이민 등 다양하고 도전적인 과제들을 직면해야 한다. 고령화의 첨단 국가 한국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면’ 글로벌 스탠다드로서 한국은 다시 도약이 가능하다는 게 윤 동문의 주장이다. 

바로 ‘여기’가 앞서 언급한 ‘본게임’이다. “삼성에서의 40년은 앞으로 30년에 대한 연습기였다.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분석하며, 어떻게 대응함으로써 인간의 삶이 좋아지는가에 대한 연습이었다. 지금부터는 한국이 직면해야 할 네오사피엔스 시대에 대한 대응과 그에 따른 영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거기에 따른 대응 전략을 세우는 그런 연구를 하고 싶다. 한국이 네오사피언스 사회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면 전 세계가 한국을 따라올 것이다.” 



서재와 유튜브는 지식 저장소 

“새로 공부를 하자. 3년간 지식 탐구에만 집중하겠다. 이제 2년 남았다. 2~3차 자료를 참조해서는 제대로 된 결론에 도달하기 어렵다. 각종 자료와 논문, 책의 원문을 읽고 파워포인트로 직접 정리 중이다. 이렇게 모은 자료가 20만 페이지다.” 인터넷 사이트 ‘윤순봉의 서재’는 그가 수십 년 모으고 분석한 결과물이 저장된 곳이다. 누구나 볼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다. 이런 결과물 중 일부가 윤 동문의 목소리를 통해 동영상으로전달된다. 그게 유튜브 ‘윤순봉의서재’이다. 그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고퀄’은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전문가적 시선과 분석, 탄탄한 학문적 기초 자료로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해내는 건 아니다. 윤 동문이 내놓은 결과물을 보는 이들 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동영상으로 구현시키는 역할을 비디오메이커인 신송희씨가 맡고 있다. 

그가 유튜브를 통해 주목하는 주제는 크게 4가지다. 첫째, 과연 30년 후에도 지구상에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을까? 둘째, 한민족이 인구 3천만 ~4천만 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셋째,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유지 가능하고, 한민족도 존재 가능할 때 민주주의가 계속될 수 있을까? 넷째, 과연 나의 후손들이 잘먹고 잘살 수 있을까? 

윤 동문은 평일 오전 8시 출근, 6시 퇴근 루틴을 유지하면서 이 주제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반응이 좋다고 스스로 평가를 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가 처음 터졌을 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올렸던 동영상들은 큰 호응을 얻었다. 삼성서울병원 사장으로서 메르스를 겪었던 혹독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이 대목에서 윤 동문이 ‘여기’에 도전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나는 복 받았고, 혜택을 받았다. 어떻게 사회에 돌려줄까 고민했다. 사회봉사, 환원, 기부. 다양한 형태의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 나는 여기서도 레버리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00을 사회에 공헌하면 200, 300씩 가치가 늘어나야 한다. 위키디피아가 대표적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킨 사례다. input 대비 outcome이 수만 배 이상일 것이다. 사회로부터 받은 걸 지식이나 지혜로 돌려주고 싶다. 나의 평생 키워드는 호기심과 상상력인데, 미래 예측에는 상상력이 필수적이다.” 


2년 후 혁신 전도사의 모습은? 

강소국, 디지털 노마드, 클러스터, 매력있는 한국, 대기업병, 열린 시대 열린 경영, 국가브랜드. 윤 동문이 만들거나 전파 시킨 단어들이다. 이 번에는 그가 네오사피엔스에 주목하고 있다. 언론은 그가 삼성그룹에 있을 때 ‘혁신 전도사’라고 불렀다. 가는 곳마다 혁신을 통해 거둔 혁혁한 성과 때문이다. 혁신 전도사와 네오사피엔스가 만나 어떤 레버리지를 일으킬 지 2년 후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취재_김개형(40회·청조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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