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제2의 인생_ 안창수 동문(17회) : 동양화에서 찾은 인생 2모작 / 2021년 2월호

관리자
2021-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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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에서 찾은 인생 2모작 

설파 안창수(17회) 동문의 화가 도전기 


나이 60세에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설파 안창수 동문(17회)의 선택은 ‘도전’이다. 안 동문은 60세에 화가의 길에 도전했다. 16년째인 올해, 안 동문은 한국 동양화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세계를 만든 화가로 평가받는다. 안 동문은 수출입은행을 30년 다닌 정통 금융인이다. 58세에 정년 퇴임하고, 이듬해 고향 양산으로 내려가 불교와 유교 경전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서예를 하던 중학 친구가 서실을 같이 다니자고 권했다. 2004년 6월 15일 평생 처음 붓을 든 날이다. 


첫 닭그림에 드러난 숨겨진 재능 

‘붓글씨’라는 취미가 생긴 안 동문은 붓을 친구 삼아 6개월을 보냈다. 해가 바뀌어 을유년 푸른 닭띠의 해가 됐다. “붓이 손에 익었으니, 닭의 해를 맞아 닭을 한번 그려 볼까”는 마음으로 닭을 그렸다. 그 렇게 탄생한 닭그림에 주변이 더 놀랐다. 너도나도 ‘한 장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림 그리는 소질이 있구나”, “붓글씨보다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그때 들었다. 그림에 관심은 있었지만 화가는 꿈을 꾸어본 적이 없었던 안 동문에게 일대사건이었다. 그림을 배우면 소일거리는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한 지인이 “중국에서 6개월 그림을 배우면 미술학원 정도 차릴 수 있을 것”이라며 바람을 넣었다. 이런 부추김이 동양화를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욕심으로 이어졌다.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그림 공부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게 중요했다. 답을 찾아다니다 '부산 닭 그림전'에서 만난 한 교수가 “이론과 실기를 함께 공부하는 코스는 이미 늦었다. 실기 공부를 하라. 중국미술대에 그런 코스가 있다”며 구체적인 조언을 했다. 내침 김에 중국 항저우 중국미술대로 달려갔다. 운 좋게 일본 대학에 교환교수를 다녀온 중국인 교수를 소개받았다. 일본에서 주재원 등 7년을 생활해 일본어는 능숙했다. 휴대전화에 담아 간 닭 그림을 보여주면서 사정을 얘기하니 교수가 추천서를 써줬다. 


환갑에 그림 배우러 중국행 

만 60세, 이국땅에서 시작한 그림 공부. 기숙사와 음식, 중국어 등 모든 게 낯설고 불편했지만 안 동문에게 ‘뒤로 가기 버튼’은 없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오전에 수업 듣고 점심 부터 밤 12시까지 붓을 들었다. “하루 종일 붓을 쥐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엄지 손가락에 쥐가 나고 뒤로 젖혀지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안 동문에게는 그림 재능 외에 뜻밖의 재능이 있었다. 그림 그리는 속도가 다른 사람보다 3배 정도 빠르다. 다른 사람 1장 그릴 때 안 동문은 3장을 그린다. 3달을 그렇게 그림을 그리니까 실력 늘어나는 게 저절로 보였다. 붓을 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중국 유학 6개월 만에 호모배 전국서화대전에 닭 그림을 출품했다. ‘입선’이라는 예상 밖의 성과를 거뒀다. 이 작품은 CCTV의 휘호제 행사에 초대돼 중국 전파를 타는 영광까지 얻었다. 

유학 초기에는 주로 닭을 그렸는 데, 시간이 지나면서 호랑이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 해 임백년배 전국서화대전 1등상(호랑이)과 중화배 전국서화예술대전 금상(독수리)을 차지했다. 잇단 수상으로 중국에서 주목받는 화가가 됐다. 

그러나 안 동문의 마음은 편안하지 않았다. 나이 때문이었다. ‘이름을 떨칠 화가 수준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하는 불안함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고민을 털어놓으니 지도교수가 “중국의 8 대 화가 중 1명은 50세 부터 그림을 그렸고, 대만 유명 서예가는 70세 에 시작했다”며 안 동문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그림 기법을 터득하는 데 2년이 걸린다. 그 이 후는 당신이 얼마나 그려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민 끝에 6개월 계획한 중국 유학을 2년으로 늘렸다. 노후 대비 겸 장만한 서울 오피스텔을 처분해 경비로 충당했다. 절박함이 저절로 생겨났다. 


자신만의 그림세계 구축 

중국에서 귀국한 지 한 달 만에 일본 교토조형미술대학으로 두 번째 유학을 떠났다. 동양화가로 성공하려면 일본 화풍까지 섭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본화와 수묵화를 익혔다. 당시 안 동문의 그림을 접한 한 중국인 교수는 “지금처럼 노력하면 한국에서 5년 안에 대가가 될 것이 다”는 극찬을 하며 재능에 감탄했다. 

이런 극찬과 감탄은 일본 동양화계가 깜짝 놀랄 성과로 이어졌다. 소화미술대전에서 입선(목련)하고, 전국수묵화수작전에서는 외무대신상, 갤러리수작상, 남일본신문사상을받 았다. 외무대신상은 한국인 최초의 수상이다. 국제중국서화전에서 문화공로상, 전일전(全日展) 예술상(붓꽃)과 준대상(호랑이) 등을 차지해 동양화계의 스타로 떠 올랐다. 한국에서도 신사임당 미술대전에서 특선(포도)하는 등 작품이 빛을 발했다. 2009년 서울 인사동 첫 개인전에서는 전시작품이 거의 모두 팔려나갈 정도로 성황리에 끝났다. 이후 2020년까지 개인전은 16회나 계속됐다. 일본과 미국 등 단체전시회도 참여했다. 

안 화백의 그림은 수묵 바탕에 채색을 입혀 화려하고 감각적이다. “전통적인 남종 문인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표현이 특징이며 전통적인 운필과 색채 운용방법에 더해 서구적인 조형 방법까지도 차용하고 있다”고 평론가들은 평한다. 전통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보여주고 있다는것으로 해석된다. 다작(多作)으로 붓놀림이 빠르다. 공부할 땐 좀 천천히 그리라는 말을 듣기도 했으나 어느덧 자신의 스타일이 됐다. 작품세계가 폭넓고, 1년에 1~2회 개인전 개최가 가능했던 것과 고향 양산을 위해 꾸준히 작품을 기증하는 것도 다작 덕분이다. 


숨겨진 재능, 어떻게 찾을까? 

제2의 인생을 고민하는 분들이 숨겨진 재능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안 동문은 우선 “50대 때 환경이 나빠 못했거나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을 시도해보라”고 조언한다. “좋아하면서도 발전이 빠른 것을 찾아야 하는데, 먼저 몸으로 부딪 쳐보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변의 평가도 자신의 느낌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당신 글씨를 잘 쓴다”, “노래를 잘 부르네” 이런 주변의 객관적 평가에서 자신의 숨겨진 자질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생각이 정리되면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며 “누구나 알고 있는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는 경구를 절대 잊지말 것을 ”안동문은 강조했다. 인생 2모작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안 동문의 화가 도전기는 오는 2월 25일 목요일 KBS -1TV 아침마당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취재_ 김개형·40회 청조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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