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간다(항공우주산업의 길을 묻다) /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 진심으로 대하라

관리자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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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사람 하나하나 진심으로 대하라 

멘토 김유신 (44회·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 멘티 안형진 (70회·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재학)


『청조인』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 먼저 들었던 생각은 “지금 고민중인 진로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큰 기회”라는 것이었다. 단순히 비행기에 대한 로망으로 항공우주공학과에 들어왔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세부 전공과 다양한 진로 문제로 고민이 컸다. 제대 후 복학하면서 진로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지금, “이 전공 공부를 계속해도 될지”, “대학원을 가는 게 좋을지” 등 등.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교통)를 연구하시는 선배님과의 인터뷰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 지금 업계에서 가장 이슈가되고 있는 이야기들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였다. 



항공우주공학과에 진학하게된 계기와 학창시절 에피소드는? 

내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지원할 때는 조선항공공학과에서 분과되어 만들어졌는데, 학과 이름에 마음이 끌렸었다. 특히 ‘우주’라는 미래지향적인 단어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지금 “아크엑스 인베스트”같은 펀드들이 미래지향적인 이름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것과 비슷하다고나할까? 나말고도 단순히 “학과 이름에 매력을 느껴 지원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사실 그 해에 전국에서 가장 높은 커트라인이 바로 서울대학교 우주항공공학과였다. 의대나 법대보다도 훨씬 높아서 교수님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원래 공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항공 우주’라는 미래지향적인 학과 이름에 매력을 느껴서 진학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에피소드라면 나는 밤에 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라 새벽  3시까지 공부하다가 늦게 자면 우등생에 어울리지 않게 지각을 많이 했었다. 지하철 초량역에 내려서 죽어라 뛰어 올라가고 있으면 아이들이 내 옆으로 하나 둘 모여 줄지어 다같이 뛰었다. 당시 교문을 지키는 선생님들께서 통상 내가 교문을 통과할 때까지는 지각 처리하지 않고 배려해 주셨기 때문이었다. 


항공우주연구원에는 어떻게 입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2002년 박사과정 중에 힘들고 무의미한 것 같아서 견디기 힘들었다. 과정을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도교수님께서 미국 조지아공대(조지아텍)에 교환학생을 다녀오라고 보내주셨다. 

당시 항우연에서 스마트 무인기 사업단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조지아텍에 오셔서 우연히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틸트로터(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기) 무인기를 개발하는 연구원들이었는데 연구 내용을 듣는 순간 매우 흥미로웠다. 틸트로터 무인기의 경우 속도에 맞추어 정확하게 회전날개(로터)의 틸트각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기술로 일반적인 비행기나 헬리콥터보다 훨씬 제어하기 까다롭고 난이도가 높다는 것이다. 상황에 맞는 분석을 통해 최적의 각도와 공기역학적 설계가 필요한 분야인데, 공 기역학, 최적 설계, 성능 해석 등 내가 연구 중인 분야와 주제가 잘맞았던 것이다. 몇달 후 스마트무인기사업단의 채용공고가 나왔고, 지원하여 박사과정을 마치기 6개월전에 입사하게 되었다. 


항공우주공학자의 역할과 진로 전망은? 

항공공학자가 할 일은 열린 자세로 모든 가능성과 방법을 받아들여, 그 안에서 비행기의 전체적인 형상과 요구 성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무게, 어느 정도의 모터 성능, 어느 정도의 배터리 용량이 필요한지, 실제 비행에 필요한 요구사항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종합적으로 수정/개발해가야한다. 

실제로 지금 우리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UAM의 경우, 체계종합은 우리가 하지만 모터/인버터/배터리 등은 현대자동차에서, 비행제어 컴퓨터는한화시스템에서 만들고 있다. 옛날 내가 미국에 있었던 2002년도에는 F35와 같은 유인기 개발 과제와 Global Hawk와 같은 대형 무인기 개발 과제 등 많은 과제가 미국군으로부터 발주되었기 때문에 미국에 취업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난이도나 매력도가 미국에서 하는 것에 비해서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한국에서 일하는 게 국가와 개인을 위해서 더 나은 길이라고생각한다. 미국과 격차가 큰 분야이긴 하지만, 수준이 낮으면 낮은대로 수행할 연구과제가 더 많을 수도 있다. 특히 UAM 분야는 최근들어 국가와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개발 중인 분야라 한국에서도 더 많은 기회들이 있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산학연에서 산업체, 학교, 연구소는 각각 어떤 역할을 담당 하는지 궁금합니다. 

산학연에는 각각의 역할이 있다. 산업체는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 실질적인 것을 개발한다. 우리가 뉴스에서많이 접할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드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학교는 선도기술을 연구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현재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KARI(Korea Aerospace Research Institute, 항공우주연구원) 같은 연구소는 기업이 향후 5~10년 이내에 필요하지만 당장 개발하기는 어려운 기술이나 기업들이 직접 투자하기는 어려운 기술들을 국가과제로 설정해 공공적인 목적으로 미리 개발하고, 더 나아가 개발된 기술들을 기업체에 이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기업이 수익성 때문에 당장 연구할 수 없는 것들을 미리 연구하는 것이 국책연구소가 하는 일이다.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현 위치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은? 

스페이스X 등 우주개발의 많은 부분이 민간주도로 넘어 오고 있다. 로켓을 이용한 우주화물 운송은 최근 민간이 대부분 사업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로켓 회수 등 많은 신기술들을 기반으로 경제성 부분에서도 많은 연구와 결과물들을 보이고 있다. 국내도 민간분야에서 많은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교통) 분야에 대한 투자가 많이 늘고 있다. 

얼마 전 한화그룹은 UAM에 관련된 미국 회사를 인수했으며 KAI도 차세대 Air mobility 형상을 두고 고민하고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국책연구소들도 UAM 플랫폼 비행체 핵심기술 연구 개발 등 많은 부분에서 산업이 더 커지고 있다. 인공위성의 경우는 이미 많은 민간기업들이 생겼으며 아직 기술력 차이는 크지만 발사체에 관련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산업은 기회도 많고 할 일은 더 많다.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국책연구소뿐 아니라 소형 인공위성이나 항공 부품을 만드는 민간 회사들, 배후 산업단지 협력 업체들도 매우 많아졌다. 물론 해외보다는 아직 부족하지만 국가적으로나 민간 부분에서도 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산업은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다. 


항공우주 분야를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소위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기다. 항공분야에도 이런 바람이 불고 있다. 전세계의 많은 기업에서 새로운 UAM과 항공기들을 개발하고 있다. ‘스페이스X’나 한화그룹 뿐 아니라 ‘세트렉 아이’같은 벤처들까지. 항공우주산업에도 새로운 성장 동력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항공우주에 취미가 있고, 꿈이 있고,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와서 꿈을 펼쳐라. 절대 선택에 후회 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만나는 사람들 하나하나 소중하게 진심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내 인생에서 언제 어떻게 도움을 주고 받게 될지는 정말 모를 일이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내가 미국에서 우연히 항우연 선배들을 만난 것’과 같은 일이 생긴다. 가식적으로 사람들을 대하지말고 진심을 다해라. 사람은 살면서 3번의 기회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봤을 거다. 하지만 내가 진심을 다하지 않고, 충분한 준비를 갖추고 있지 못하면 그 기회를 모두 날려버릴 수도 있다. 기회가 왔을 때 붙잡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실력을갖추고 준비된 자세로 그 기회를 기다려라. 


정리_조철제(44회·청조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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