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_중국을 다시 본다 ①] 中國夢에 취해버린 시진핑 시대의 중국 /2020. 8월호

관리자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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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조인지는 8월부터 중국문제에 관해 생각해 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필자인 조현태 동문(27회)은 서울대와 북경대학에서 공부하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등에서 30년 이상 중국을 관찰해 왔으며 현재는 중국대학 및 지방정부와 교류하고 있다.


中國夢에 취해버린 시진핑 시대의 중국

조현태 중국 섬서성 외국전문가(27회)


  2년 전 청조포럼에서 중국문제에 관해 발표한 적이 있다. "우리는 왜 중국을 잘 모르는가"하는 주제로 이야기했는 데 말하고 싶었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에 중국문제에 대해 연재해 달라는 편집부의 요청을 받고 한편으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그 이유는 10년 전 기억 때문이다. 

  당시 민주평통의 요청으로 "한반도 통일이 주변국에 주는 영향과 이익"이라는 비밀보고서를 작성했는 데 어디서 입수했는지 동아일보가 3면 전체에 대서특필하였다. 문제는 그것을 중국 환구시보가 "한국 정부 싱크탱크, 중국을 부도덕하다고 비판"이라고 제목을 뽑아 보도하고 신화사와 인민일보에 전재되면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보고서를 거두절미해 "한반도 현상유지가 중국 국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의 문제점”이라는 항목만을 부각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이 중국의 국가이익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10가지로 열거한 것인 데, 그중 중국이 자국의 국익을 위해 타국의 국토분단, 민족 내부 갈등을 이용하여 어부지리를 취하겠다는 것은 비도덕적일 뿐 아니라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다시 얘기할 생각이지만, 하여튼 국정감사에서 자칭 중국통 국회의원들이 한중관계 악화 책임을 물어 민주평통 사무처장 사퇴를 요구했고 필자도 중국에 요주의 인물로 찍히는 등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또한 중국에 대해 무엇을 얘기해야 좋을지 너무 막막하다. 중국 관련 이슈와 토픽이 너무 많고, 솔직히 말해서 중국에 대해 필자가 더 잘 안다고도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 세계 신문 헤드라인에 중국이 빠지는 날이 거의 없고 중국 관련 서적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와 우리 국민 모두 중국에 대해 일가견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다 아는 얘기를 하는 것은 지면 낭비이고 독자의 시간만 뺏는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생각 끝에 결국 그동안 겪었던 개인적 경험과 중국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들은 견문을 중심으로 쓰기로 하였다. 

  사실 중국문제는 대북정책 토론과 마찬가지로 진영논리가 판을 치는 민감한 주제이다. 국내에서 대중인식이나 대중정책 토론은 결국 친미냐 친중이냐로 흘러가고 서로 문법이 달라 대화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는 중국 체제와 시진핑에 대한 비판은 금기이고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필자를 포함해 국내 중국 전문가의 말과 글을 보면 대부분 변죽만 울리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숨기는 경향이 있어 행간을 읽을 필요가 있다. 이번 연재에서 가급적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얘기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주관이 섞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칸트도 인간 이성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물자체는 인식할 수 없고 우리 모두 색안경을 쓰고 본다고 하지 않았는가? 짧은 지면 때문에 중국 관련 토픽에 대해 깊이 들어갈 수 없고 화두를 던지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이번 연재를 통해 중국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진지한 토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필자와 중국과의 만남 

  우리 세대 모두는 어릴 때부터 중공군이나 오랑캐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고교 때 수업시간에 몰래 탐독했던 무협지나 이소룡 영화가 중국과 접할 수 있었던 유일한 통로였다. 竹의 장막에 가려진 중국을 우리는 중공이라 불렀고, 반공을 국시로 한 군사정권 하에서 중공 관련 서적은 금서로 지정되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근 30년이 다되어가지만 우리가 아직도 중국에 대해 무지하고 시행착오를 범하는 것은 이러한 오랜 단절 때문이다, 중국에 접근한 방식도 정부가 앞서고 기업이 뒤따랐으며, 나중에 학자가 들어갔다. 선교사가 먼저 들어가고 상인과 기업이 터를 잡은 후 정부가 나선 구미 제국과 완전 반대이다. 수교 이후에도 지역 연구는 홀대를 받았고 우리 바로 옆에 새로운 강대국이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데도 중국을 연구하는 제대로 된 연구소 하나 없다. 우리의 중국 연구가 구미나 일본에 비해 100년 뒤진 것은 이 때문이다.

   필자가 처음 중국 땅을 밟은 것은 수교 직후 중국투자환경조사단에 참가하면서부터이다. 코트라와 상공부 등과 함께 구성된 조사단은 천진으로 들어가 북경, 선양, 대련, 상해 등지를 돌았고 2차 조사단 때는 남경, 항주, 무한, 성도 등 내륙도시까지 들어갔다. 그때는 가는 곳마다 부시장이나 省계획위원회 주임이 직접 나와 접대했는 데 지금은 상전벽해가 된 상해 포동과 천진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다. 서울을 방문한 국가체제개혁위원회와 광동성 대표단을 안내할 때는 한국을 배우려는 그들의 진지한 자세에 큰 감명을 받았다. KIET 북경 대표로 나가서 유학했던 90년대 중반은 역사상 한국이 중국을 앞섰던 유일한 시기가 아니었던가 싶다. 어느 날 북경 가라오케에 홍콩이나 대만, 일본인도 아닌 황인종이 나타나 100달러 지폐를 부채처럼 만들어 확 뿌리는 데 알고 보니 한국인이더라는 풍문이 돌았다.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이 백두산에 올라 태극기를 펼쳐 들고 만주는 우리 땅이라고 외쳐 중국이 화들짝 놀랐다. 중국 정부가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로 만들려는 동북공정에 착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한국을 보는 중국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한국에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히려 중국이 한국의 금융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었고 2010년 중국이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국의 부상은 21세기 최대의 세계사적 사건이며 우리에게는 미증유의 외교안보적 도전이자 생존전략의 문제이다. 최근 미중 패권경쟁이 편 가르기 양상을 보이면서 한반도에도 투사되고 있어 우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과 홍콩사태는 이른바 블랙 스완이다. 이러한 돌발사건이 중국은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해 가히 천하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제질서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명청 교체기나 구한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강대국 간 세력전이가 일어나고 있는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중국은 너무 가깝고 미국은 너무 먼 지정학적 현실과 신 냉전으로 치닫는 국제환경 속에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중국은 항상 경계해야 할 나라이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중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무역전쟁, 인도태평양 전략, 홍콩 사태, 남중국해 문제로 전면적 중국 견제와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지금까지 미국 내 중국 정책 논쟁은 봉쇄정책(Containment)과 접촉정책(Engagement) 주장이 대립해왔으나, 크게 보면 경쟁보다는 협력에 방점이 두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미국 조야를 막론하고 초당파적으로 중국 견제에 합의가 형성된 것이다. 그것은 중국을 국제체제에 편입시키고 경제를 발전시키면 중국 내 자유와 민주, 인권이 신장될 것이라는 중국 개입론의 가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는 등소평의 도광양회 유지를 버리고 대외 공세를 강화한 시진핑이 자초한 면이 있다. 시진핑이 중국몽에 취해 자신의 힘을 과신하고 대외적으로 난폭하게 굴어 주변국들이 모두 중국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 중국의 도전을 현실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말로만 아닌 행동으로 중국 때리기와 국제 반중 연맹 구축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고구려사를 왜곡하는 동북공정과 북핵문제, 사드 이후 중국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코로나 이후에는 반중 정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진핑 등장 이후 중국이 이렇게 변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은 우리가 중국 체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희망 사고에 빠져 보고 싶은 것만 보았기 때문이다. 중국을 보는 시각이 우리의 국익과 입장에 확고하게 서 있어야 한다. 시진핑 등장 이후 중국의 내정과 외교, 국제환경이 크게 변한 만큼 우리의 국익도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중국을 다시 보아야 할 때이다. 


조현태 중국 섬서성 외국전문가(2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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