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다시본다<4> : 중국의 한반도 군사적 개입 / 2020년 11월호

관리자
202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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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반도 군사적 개입      

조현태(27회)


역사상 우리나라를 가장 괴롭히고 침략한 나라는 중국이다. 멀리는 한 무제의 고조선 멸망 및 한사군 설치, 수당(隋唐)의 고구려 침공, 나당전쟁 (羅唐戰爭), 거란과 몽골의 침공, 병자호란, 가까이는 임오군란 이후 청 나라 개입, 그리고 6·25전쟁 중공군 참전이다. 동아시아 역사를 보면, 각국이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한 후 대외 확장을 개시했다. 중앙집권체제 이전에는 내정이 불안하여 대외침공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무제, 수양제, 당태종이 그렇고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렇다. 거란, 몽골, 여진은 북방민족으로 중국이라 하기는 어렵다. 

7세기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 이외에 당(唐)과 왜(倭)가 직접 참전한 국제전이 벌어졌다. 동돌궐 등 북방 유목민족이 당군에 참가했고 거란, 말갈족 일부는 당군, 일부는 고구려군에 가담했으며, 설연타(薛延陀)는 고구려와 연합하여 합동작전을 폈다. 당이 660년 백제, 668년 고구려를 멸한 후 신라를 노리며 철수를 거부하자 나당전쟁이 장장 7년 간 계속되었다. 신라는 675년(문무왕 15년) 매소성(買肖城) 전투 승리로 승기를 잡았고, 투위훈(吐谷渾), 토번(吐藩)의 반란으로 당은 군사를 철수했다. 당이 신라에 평양 이남 땅을 공식 인정한 것은 734년이었다.


6.25 중공군 참전문제


그런데 세계제국을 건설한 몽골이 왜 고려를 멸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은 아직도 역사의 수수께끼이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원군의 참전은 중국에서 항일원조(抗日援朝)전쟁 또는 만력동정(萬曆東征), 만력조선전쟁이라 부르는 데, 중국 학자들이 명나라 군사행동과 6·25때 중공군의 5차례 대공세가 유사했다는 얘기를 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한말 청일전쟁으로 한반도는 다른 나라의 전쟁터가 되었고, 통일을 눈앞에 둔 1950년 10월 19일 중공군이 선전포고 없이 압록강을 넘어왔다. 백선엽 장군의 회고록에 의하면, 6·25는 처음 4개월을 제외하고는 중공군과의 싸움이 거의 전부다. 

최근 중국이 미중 패권경쟁 속에 6·25전쟁을 소환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중국은 최고 지도부 7인이 모두 출동하여 중국인민 지원군 항미원조(抗美援朝) 출병 70 주년 기념식을 대대적으로 거행했 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은 중국이 항미원조전쟁으로 부르는 한국전쟁 중 공군 참전을 제국주의의 침략확장을 저지한 정의의 전쟁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청중이 자국 국민이고 국내 정치적 필요 때문에 애국주의를 고취한 것은 좋다. 중국의 시각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중국인 전체의 역사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 중국에는 항미원조를 기념하는 온갖 영화와 드라마가 방영되고 “슝쥬쥬 치앙앙 압록 강을 건너자(雄赳赳 氣昻昻 跨過鴨綠江)”라는 중국인민지원군 군가가 매일 울려 퍼진다. 중국인의 안중에 대한민국은 없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시진핑이 한반도가 과거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얼마나 한국을 만만하고 우습게 봤으면 중국이 저렇게 나올까. 이러한 시진핑의 발언에 대해 우리정부는 항의나 유감 표명 없이 뭐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시간을 끌다가 북한의 남침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요해를 한참 비켜간 것이다. 역대 정부 모두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고, 중국이 무식하게 나올까봐 겁먹고 미리 알아서 기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 결과 한국은 만만한 상대, 밀어붙이면 되는 나라, 길들일 수 있는 소국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이 사실이다. 약소국의 비애이다.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문제는 한중간에 언젠가는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중대한 역사문제이다. 그러나 수교당시 어느 쪽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고 양국 모두 의도적으로 이 문제를 회피했다. 우리의 결정적 실책이다. 이 문제 해결 없이 어떻게 적대관계가 소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될 수 있는가? 박근혜가 중공군 유해송환으로 이 역사문제를 어물쩍 넘기려했는데, 저쪽에서는 전혀 받아줄 의사가 없다. 항미원조 승리를 부정하면 자가당착이 되고 미국에 승리해 국가위신을 떨쳤다는 내부선전을 부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전쟁은 패전국이 배상한 역사는 있지만, 사과할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또한 6.25는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다. 몇 년 전 중국여행 중 만난 한 퇴직관리는 중국정부가 항미원조전쟁에 대해 한국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학계에서도 한국전쟁 개입이 모택동의 실책이었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으나 아직 소수이다. 최근 중국 최고 한반도전문가에게 애국주의는 좋은데 왜 하필 타국의 아픈 기억을 소환하는가, "항미원조는 한국인에게 엄청난 재난이었다"라고 했더니, "이해한다. 역사공작자들이 신중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중국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려면 중국이 민주화되어야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북한 불안정과 통일과정에 중국의 군사적 개입 예상

이제 현실문제로 돌아와 보자. 몇 년 전 중국이 김정은 방중으로 북중관계를 복원한 데 이어 대대적인 항미원조 기념을 통해 북한에 관계강화신호를 보내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천하질서의 중심으로 자처해왔고 오늘날에도 대국의식이 강고하게 남아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지금도 모든 국제관계와 한반도를 대하는 자세에서 그러한 대국의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대국의식 위에 냉전체제와 미중갈등구조가 중국의 한반도정책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를 그 자체로 인식하지 않고 미국의 그림자를 보고 있으며, 미중관계의 틀 속에서 한반도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가 그 자체의 역량으로써 중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거나 경쟁국이 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한반도가 서방의 대중봉쇄의 전초기지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정책 목표로 평화안정,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표방하고 있다. 문제는 비핵화와 평화안정간에 어떻게 균형을 맞추느냐 하는 것이었다. 비핵화 보다 평화안정을 우선시 하던 때도 있었고, 비핵화 없이 평화안정이 가능한지를 놓고 고민하면서 비핵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기도 하였다. 또한 비핵화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수하면서 한 번도 북한 비핵화를 말한 적이 없다. 시진핑 집권이래 부전불란(不戰不亂), 비핵화, 대화와 협상으로 표현이 달라졌고 사드문제 이후에는 여기에 "중국의 안전이익 수호"를 추가하였다. 이러한 레토릭과는 달리 중국의 행동을 보면 중국의 한반도정책 목표는 북한정권 유지, 다시 말하면 한반도 현상유지와 통일반대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후진타오 시기 중국은 북한을 전략적 자산(strategic asset)이 아니라 전략적 부담(strategic liability)으로 인식하고 북한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전후한 김정은의 세 차례 방중으로 중국의 대북인식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북한을 지지하겠다”는 시진핑의 말대로 중국은 북한정권을 비호하는 비용이 아무리 크더라도 북한을 버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진핑은 문재인 면전에서 "북중관계가 선혈로 맺어진 우의"였고, "이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김정은 방중 시 시진핑은 북중관계를 순치관계(脣齒關係)라고 불렀다. 모택동이 6.25 참전 시 순망치한이라고 한 이래 수십년 쓰지 않았던  용어인데 시진핑이 골동품 상자 속에서 이를 다시 꺼낸 것이다.  

사실 북핵문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중국의 책임이 크다. 한반도 현상유지를 바라는 중국이 북한정권 붕괴를 막기 위해 과도한 대북압박에 반대하고 대북제재의 구멍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간 중국은 북핵문제는 북미간의 문제라며 자신의 책임은 회피해왔으나, 최근 북미협상이 진전되자 태도를 바꾸어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중국변수로 인해 북핵게임은 더 복잡해졌고, 북이 주장하는 '합리적 우려' 해결 요구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이 한반도 현상유지, 영구분단을 획책하는 것은 놔둘 수 없다. 중국이 북한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것은 노예 상태인 북한주민에게도 죄를 짓는 일이다. 각성한 북한주민들이 중국에 반감을 가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한국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기 때문에, 통일 이후를 내다보지 못하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중국 자신의 장기적 이익을 해치는 단견이다. 그동안 중국학자들과 관리들과 만나 수없이 이를 지적하고 통일을 방해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다녔으나, 그들은 시진핑 입만 쳐다보고 있다.

앞으로 북한 불안정사태와 한국 통일과정에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군사적 개입 가능성이 크다는 것인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북한급변사태는 별도의 토픽으로 다룰 주제이지만, 중국이 한미와 사전협의 없이 다시 압록강을 건넌다면 한미와 중국 간 오해와 오판으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매우 크다. 이 때문에 현재 중국은 북한을 의식해 논의자체를 거부하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한·미·중 3자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 미중이 한국을 배제한 채 한반도 미래를 결정할 가능성에도 경계해야 한다. 일단 새로운 군사분계선이 그어지면 되돌리기가 극히 어렵고 그만큼 통일은 요원해진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라 미들파워로서 행동해야 한다. 공민왕처럼 중국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당당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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