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간다] 힘들 때는 모교 교훈을 생각하라

사무국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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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간다] 힘들 때는 모교 교훈을 생각하라


Mentor : 이유식(29회 · 前 뉴스1 대표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Mentee : 진수(71회 ·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재학)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 보면, 선배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 있다. 고교시절 대부분을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공부했고, 많은 선배님들과 학교의 지원은 부산고가 아니었다면 누리기 어려운 혜택이었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유학과 군 복무를 거치고 나니 어느덧 졸업이 눈앞이다. 신문기자가 되어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곳으로 안내하는 꿈을 꾸었던 고등학생은 이제 고용 없는 성장이 뉴노멀이 되고 경쟁과 효율만 찾는 사회 앞에서 많은 고민에 휩쌓여 있다. “요즘 청년들은 선배들보다 결코 스펙과 자질이 떨어지지 않은데 기회와 선택의 문이 갈수록 좁아져 안타깝다.”라고 하신 이유식 선배님 말씀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만남이었다.

Q. 기자가 된 계기

고등학교 시절 나는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범생이 그 자체였다. 그 시대 대부분이 그랬듯이 자신은 물론 가족의 바람인 명문 대학, 인기 학과에 가서 번듯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얻는 것 외에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활달한 성격도 아니어서 과외활동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저 공부만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어린시절 부모가 한국일보를 구독한 덕분에 <블론디> 만화를 통해 신문과 친숙한 정도였다. 70년대 대학에 다니며 민주화운동에 들끓던 ‘시대의 세례’를 받으면서 지식인의 소명과 책임에 눈뜨게 됐고 생각도 조금씩 바뀌었다.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대학신문’ 기자로 2년 정도 활동한 것 정도가 계기가 됐다고 할까. 근데 세상일이라는 게 참 묘하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한국일보 공채 공고를 보게 됐다. 이론과 현실의 간극을 언론현장에서 체험하면서(2~3년 정도 시간을 벌면서) 목표와 역할을 고민해보자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험을 봤고 합격했다. 순간의 선택으로 기자가 됐고 평생의 업이 됐다.


Q. 언론중재위원회의 업무

언론 중재위는 언론보도로 인해 침해되는 명예 또는 권리, 기타 법익에 관한 다툼을 조정하고 중재하며 구제하는 곳이다. 좀 과장하면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조율하는 곳이다.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 등이 진실하지 않거나 일방적이어서 피해를 입은 경우 정정,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 중재위원의 역할은 이처럼 피해를 입은 자가 요건을 갖춰 정정 반론 혹은 손배를 청구하면 피해자(신청인)과 언론사(피신청인)을 출석시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 결정은 준사법적 절차이고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법원 절차에 비해 신속하고 비용도 낮아 언론 분쟁이 늘어날수록 역할이 커지는 추세다.


Q. 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

최근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급여나 근로조건 등 직업으로서의 기자에 대한 매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듣고 있다. 하지만 “하루 열두 번을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매번 마약처럼 다시 눌러앉는다”는 말에서 보듯, 기자직의 매력은 소명 사명감 정의감 자부심 평판 인지도 등에서 어떤 직업에도 뒤지지않는다. 최근에는 일부 인터넷 매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사 급여도 낮지 않은 것 같다. 후회없이 도전하고 우리 언론계의 문제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갔으면 좋겠다.

기자 시험을 위해서 언론사의 출제 트렌드나 역대 기출문제, 전형방법 등을 소개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적지않은 것으로 안다. ‘언론고시’를 보려는 친구들끼리 모여 언론사 및 공채 정보를 교환하는 모임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최근에는 실기 시험과 면접의 비중에 높아지는 추세이니 잘 적응하고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덧붙여 하고 싶은 얘기는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만 타겟으로 삼지 말고 인터넷매체와 같은 선호도가 떨어지는 매체도 주의깊게 관찰하라는 것이다. 요즘은 경력기자 채용이 일반화한 만큼 메이저 매체의 문턱에서 좌절하지 말고 마이너 매체도 대안으로 생각할 것을 권한다. 어디서든 노력하고 경력을 잘 쌓으면 1류기자가 될 수 있고, 그것을 디딤돌로 메이저로 옮겨 타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Q. 언론 독립성 유지와 미래

대형 언론이든 소규모 언론이든 수익의 대부분을 기업으로부터의 광고나 협찬에 의존하는 현실이고 이제 그 비율은 90% 안팎을 넘나들 것이다. 신문 판매나 콘텐츠 구독 매출은 거의 무의미한 게 현실이다. 원인은 사회변화와 기술 발달을 따라잡지 못한 우리나라 언론의 낙후성, 대형 포털의 뉴스 소비 독점, 언론사 난립, 뉴스통신사의 자해적인 포털 직송출 등 수없이 많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이다. 몇몇 언론사에서 콘텐츠 유료화 실험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미 “뉴스는 공짜”라는 소비자들의 생각이 얼마나 바뀔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향후 뉴스 시장의 변화에서 분명한 것은 인터넷과 플랫폼 혹은 포털 사업자 파워, 소셜미디어, 여기에 AI까지, 뉴스 생산-제공-소비에 이르는 생태계와 소비채널이 다변화 다양화함에 따라 신문의 위상이 축소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신문은 과거의 영광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위기가 올수록 업의 본질, 저널리즘의 본질로 돌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과 언론경영의 축이 다른 현실에서 쉬운 얘기는 아니다. 신문이 잘할 수 있는 일, 권력감시, 공론장 제공, 부패와 비리 탐사, 소외계층 보호 등의 영역을 꾸준히 키워 가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은 진영으로 쪼개진 뉴스의 ‘신뢰회복’과 수익구조의 ‘시장성 회복’이 중요하다. 팩트가 저널리즘의 생명이 돼야 한다.


Q. 후배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

나도 “나 때는 말이야…”로 말을 시작하는 속칭 꼰대세대다. 대학에서 강의한 적 있는데 그때 ‘화성에서 온 선생’과 ‘금성에서 온 학생’이 만난 것처럼 생각과 관심의 격차가 느껴졌다. 기성 세대와 확연히 다른 여건과 환경에서 성장하고 이전과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 후배들에게 함부로 말을 건네려니 조심스럽다. 그래도 딱 한가지만 말한다면 “인생의 멘토를 옆에 두라”는 것이다. 선배든, 후배든, 친구든, 부모든 상관없다. 누구든 살다보면 갈림길이나 고빗길을 맞게 된다. 그때 자만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조언을 구할 사람을 꼭 옆에 두길 바란다. 학창시절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모교 교훈 ‘감사하자 굳세자 힘쓰자’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감칠 맛이 난다. 많은 진리를 함축한 말이다. 아울러 기자를 원한다면 詩에 대한 관심과 詩心을 키우라는 말도 꼭 하고 싶다. 100세 시대는 감성의 시대다.

‘희망이 없으면 남을 도우라’가 내 SNS 문패다. 어디서 빌려온 문구다. 목소리만 높고 듣는 마음이 없는, 희망을 찾기 어려운 시대라고 하는데, 나부터 공감 연대 관용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스스로 돕는다면 우리 공동체를 풍성하게 하는 작은 희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조급함 노여움 두려움 게으름을 늘 경계하고 역지사지와 경청의 자세면 어디서든 리더가 될 수 있다.


정리_조철제(44회 · 『청조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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