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김동현] 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 ①

부산중•고 재경동창회 사무국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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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 ①

김동현(17회 · 청조역사관 추진위원장)

싱가포르는 우리나라 부산 정도 면적에 인구 570만의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하지만, 용의 여의주처럼 아시아의 보배 역할을 하면서 세계의 강소국(强小國)으로 자리잡고 있다. 

180여년 전만 해도 말레이반도 남단의 조그만 어촌에 불과했던 싱가푸라(Singapura, 사자의 도시)가 남양무역의 요지로 발전하게 된 것은 서구열강의 동남아확장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싱가포르의 상징 머라이언(인어 mermaid와 사자 lion 합성어)은 폭풍으로 마을이 휩쓸어갈 때 사자머리에 물고기 모양으로 나타나 이를 물리쳤다는 전설이 있다.

19세기 초 말레이시아를 점령하고 있던 영국은 인도네시아를 지배하고 있던 라이벌 네덜란드의 확장을 막기 위해 동인도회사의 토마스 스템포드 래플스 부총독에게 새로운 무역기지 건설을 지시했다. 

스탬포드 래플스는 아버지가 노예장사로 망하자 14살 때 동인도회사 급사로 들어가 말레이말과 풍습을 익히고 남 먼저 현지에 적응하면서 승승장구 했다. 

그는 말라카해협에 무역항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싱가포르를 동인도회사에 편입시키는데 앞장섰다.

당시 이곳을 지배하던 조호르 국왕으로부터 영유권을 영구히 넘겨받은 래플스경은 우선 매립을 시작하여 확장조성된 지역을 ‘래플스 구역(Raffles Place)'으로 명명함으로써 그는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로 자리잡게 되었다. 

케인즈의 경제이론을 바탕으로 자유무역항을 만들고 중국인, 인도, 말레이인들을 적극 유입하여 싱가포르 인구를 대폭 늘렸다. 

영국은 19세기말까지만 해도 식민지 인도와 말레이시아로 가려면 풍력과 조류에 의존하는, 이른바 ‘죽음의 배’라고 하는 Coffin Ship(棺船)을 타고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야 하기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은 증기선의 개발로 1941년부터 지브랄타 해협을 통해 이집트를 거처 동양을 왕래하는 정기선을 운행함으로써 말라카 해협의 끝이었던 싱가포르가 국제무역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오늘날 싱가포르에서 '스템포드'나 '래플스'라는 가장 높은 브랜드이며 이 이름이 들어가는 모든 것은 일류로 인식되고 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73층의 호텔이 스템포드호텔이며, 120년 전통의 래플스호텔은 세계의 명사들이 즐겨찾는 싱가폴의 상징이다. 

항해 중 배에서 태어난 래플스경은 유창한 말레이어를 구사하여 수마트라총독을 지냈으며, 동식물 연구조사에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여 영국왕실동물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그가 자카르타 지역을 탐험하면서 발견한 직경 1.2m나 되는 세계 최대의 꽃도 ‘래플스 플라워’로 명명되었다.

1887년 페낭의 갑부 사르키스가 세운 래플스호텔은 숲과 바다가 어우려진 경관의 아름다움에다 고급스런 장식, 다양한 진미의 식당이 명성을 떨쳐, 유럽왕실의 안식처로 각광을 받았다. 

특히 롱바에서 석양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노을빛 칵테일(드라이 진, 체리 브랜디, 레몬, 설탕시럽 등)을 ‘싱가포르 슬링(마신다는 뜻의 독일어 슈링겐에서 유래)’이라고 하며 이미 세계 명품이 되었다. 작가인 서머셋 몸은 이 칵테일을 ‘동양의 신비’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래플스 호텔을 즐겨 찾은 예술인은 찰리 차프린과 모리스 슈발리에 등 배우를 비롯하여, 『정글북』을 쓴 키플링, 해양소설의 대부 조셉 콘래드, 『달과 6펜스』의 서머셋 몸 등이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작품구상을 하거나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조셉 콘래드는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작품활동을 했기에 지금도 그를 기리는 콘래드 빌딩이 높게 솟아 있다. 인간의 악마성을 고발한 영화 <지옥의 묵시록>이 월남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원전은 아프리카 콩고를 찾아간 뱃사나이들의 잔혹한 경험을 신비롭게 그린 조셉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이다. 

바다라고는 구경도 할 수 없는 내륙국가 폴란드 출신이면서 해양소설가가 된 조셉 콘래드에 감명을 받은 버트런트 럿셀은 자기 아들이름을 콘래드로 작명했다.

싱가포르의 기초를 닦은 사람이 래플스라면 여기에 찬란한 금자탑을 세운 사람은 리콴유(李光耀) 전 수상이다. 

영국 캠브리지대학을 나온 변호사 출신의 리콴유는 영국 식민지시대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일제점령시대인 2차대전 때에는 일본군 보도부에 근무했으며, 종전 후 말레이시아연방의 싱가포르 주정부 총리를 역임함으로써 세 나라의 애국가를 번갈아 부르며 자라온 기구한 운명의 사나이였다.

마침내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싱가포르의 초대수상이 된 리콴유는 26년간 연속 집권하면서 철저한 통제정책을 통해 사회제도를 개혁하고 경제성장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부를 비방하거나 집회 결사의 자유가 없기에 권위주의적 독재국가이지만, 공정한 선거를 통한 절차적 민주주의만 있을 뿐이다.

마치 놀이나 도박, 술을 금지하던 극단적 청교도생활의 크롬웰시대나 타락한 교황청을 밀어내고 수도사 사보나롤라가 주도한 15세기말의 피렌체를 연상할 정도의 엄격하고 투명한 사회를 지향해왔기에 싱가포르는 ‘푸르고 깨끗한(Green Clean)'이라는 슬로건을 깃발처럼 앞세우고 있다. 

특히 나라 전체가 테마공원처럼 꾸며져 있는데다, 보타닉 식물원의 평범한 난(蘭)에다 배용준이나 다이애나 같은 이름을 붙일 정도의 상술이 있으니 그 작은 도시국가에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몰려간다.

싱가포르를 지칭하는 이름 중에 대표적인 것이 ‘좋은 나라(Fine Country)'라는 것이다. 

영어의 Fine은 ‘좋다’라는 뜻 외에 ‘벌금’이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처럼 모든 경범죄에 무거운 벌금으로 철저히 규제하는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다. 

거리에 휴지를 버리거나 침을 뱉거나 손으로 코를 풀거나 담배를 피우면 40만 원 벌금이다.

흡연장소도 보물 찾기처럼 어려울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면 20만 원이 넘는 벌금형이기 때문에 싱가포르는 흡연율 14%로 세계에서 가장 담배를 적게 피우는 나라이다.

껌도 판매금지를 해오다가 세계무역기구의 압력으로 개방하기는 했지만, 치아에 해가 없는 무가당만 허가한 데다 약국에서만 팔면서 구매자의 인적사항을 남기도록 규제하고 있으므로 껌을 씹고 다니는 싱가포리안을 찾을 수가 없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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