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회 이태희] 인연과 관계 그리고 '불편러'에 대하여

사무국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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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과 관계 그리고 '불편러'에 대하여

이태희(28회 · Bio Technology Service 전무)


얼마 전에 SNS 대화와 모임에서 불편하고 지존심이 상하는 상황을 겪은 뒤에 마음을 추스르고자 ‘임경선’ 작가가 쓴 『태도에 대하여』라는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작가는 “태도는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각자를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자산”이라고 책에서 요약하고 있다. 

이번 상황을 바탕으로 나와 사람들 간의 살아가는 방식, 가치관, 태도, 인연, 관계의 문제와 상대방과의 행동과 대화요령 등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사람과의 인연으로 관계를 맺으며 보내는 총시간은 평균 수명을 고려하여 계산하고 긴 시간 순으로 나열해 보면 아마도 형제, 학교 동기 · 동문, 배우자, 부모, 직장동료, 사회적인 활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로 생각할 수 있다. 

이제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서 대부분이 은퇴 후 생활을 즐기는 입장에 있는 주변인들을 돌아보면, 사회적인 모임을 줄여 가며 소수의 인원과 SNS로 소통하며 나름의 방법으로 은퇴 후 생활을 조용히 즐기는 부류와 적극적으로 모임에 동참하여 활동적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나눌 수 있다. 

나도 여러 모임에 참여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이유와 외적인 상황, 이런저런 원인으로 모임을 통한 인연과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갈 것인가 끊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의 시기에 다른 사람들과 인연, 모임, 관계의 시간을 통하여 불편했던 점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고 지속적으로 편안하고 정겨운 인연을 연장하고 진솔한 만남과 대화 속에서 서로 간 정을 키우고 함께 행복하게 늙어가는 길을 찾고자 이 글을 쓴다.



우리는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만남 속에서 학교, 직장 등 조직생활을 거치고 직장 은퇴 후에는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 나름 취미생활, 친목회, 동기회, 동창회, 종교적 모임 등 개인적으로 판단하여 선호하는 모임과 만남의 생활에 참여하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모든 만남은 내 안의 나와 마주침이라고 하고 있다. 아무리 싫거나 이기적인 사람도 그 사람과의 만남은 내 안의 싫어하는 부분과 이기적인 부분의 만남이고 그것들이 상대방에게 투영되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여러 만남이 나를 깨우치는 과정이라서 모두 다 소중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깊은 가르침을 되새기며 만남을 통하여 정신적으로 삶에 보탬이 되고 심적으로 좋은 점과 편안한 점이 늘어나면 그 만남을 즐기고 사람들과의 인연과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다. 

각자가 살아오는 동안 쌓은 삶의 방편, 세상을 보는 관점, 살아가는 생활철학, 경험, 지성, 이성과 감정 등이 모두의 성격이나 개성을 형성하는 기초이며, 직접적으로 만나고 대화하며 또는 간접적인 만남인 SNS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각자의 지성이나 인격, 존재감의 진면목을 보여 주는 행위라고 하겠다. 사회생활 중 다른 사람들과 만날 때 보여주는 우리들의 언행은 우리들의 성격과 개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는 가운데 가끔씩 상대방의 무례한 언행으로 실망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동기회나 동호회 모임과 단체 카톡방과 같은 방에서,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마음에 상처를 주는지 생각하지도 않고 무례한 말을 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실수라고 판단하기 어렵고, 인생의 후반을 사는 성인으로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 의아해하기도 한다. 주변에서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나이와 걸맞지 않게 성숙함이나 변함(흔히 나잇값이라고 함)이 없고 점차 고집스럽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을 봐왔다. 

어느 시기부터 서서히 변하기 시작하여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고 이런 언행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많아지는 나이의 숫자와 더불어 각자의 개성(개같은 성격)으로 굳어 버린 사람들도 주변에 있음을 발견해 왔다. 

만나는 사람을 목적이나 수단으로 대하거나 친할수록 예의와 배려가 더 필요할 터인데 상식에서 벗어나는 언행으로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상황을 맞이하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분위기와 상황을 만드는 사람들을 요즘 유행하는 말로 ‘불편러’라고 부른다. 무례함과 배려심이 없고 교양과 인격을 의심스럽게 하는 언행을 보일 때에 불편러에게 실망감을 느끼게 되고 더 나아가 그런 언행에 의하여 당한 상대방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젊은 시절인 3~40대에 직장생활과 개인적인 모임 등 사회생활을 하던 당시에도 불편러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때는 가족, 맡은 업무, 책임과 성과가 우선이어서 불편러들의 개성과 존재감이 나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모두가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여기고 쿨하게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모임에서 그리고 SNS에서 불편러들이 보이는 언행을 보일 때마다 이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자꾸만 불편하게 느껴지게 된다. 

그리고 이들과의 인연과 관계의 지속 여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면서 관계를 끊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불편러와 인연의 시간이 길수록 관계를 끊는 것이 휴대폰에서 전화번호를 지우듯이 또는 스팸문자와 전화를 수신 거부하듯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여러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들이 알려주는 방법을 찾고 직접 실천하기가 쉽지 않지만 해결방법을 고민하고 모색 해보자. 

첫 번째 방법으로 예전 젊었을 때와 같이 그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던 때와 같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가 없는 척하는 것이고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두 번째는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이 하나의 방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편함이 더해져 상처를 받고 불편러를 피하고자 한다면 과감히 인연의 단절을 실천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편러가 있는 모임에 좋은 선후배나 동기들이 더 많고 그들과의 모임을 통해 배울 게 있고 좋아하고 즐겁고 모임에 나갈 때는 마음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어서 모임에서 빠지고 싶지 않을 때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더구나 모임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입장이라면 다른 선택지를 쉽사리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세 번째 방편으로 모임의 구성원 수가 많고 적음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모임 전체 인원 가운데 아주 극소수 인원이 불편함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불편러를 빼고 남은 사람들과 새로운 모임을 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회원들이 모두 찬성하지 않는 한 또 다른 분란과 그로 인해 불편러에게도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어 실천하기가 어렵다. 

네 번째 방법으로 누군가가 나서서 용기를 내어 불편러에게 원하는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도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편러의 성격을 100% 알지 못한 가운데 예상하지 못한 과격한 대응 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 그 뒤 나타날 파장과 모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긴 시간 동안 자신도 모르게 굳어지고 변한 그들의 성격과 생활 방편을 한두 번의 충고로 고쳐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직접적으로 말하고자 섣불리 나서는 게 결코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다. 

마지막으로 모임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더 가까워지거나 친밀해지고 싶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며 그냥 다름을 인정하고 불편러의 생각과 표현방법 그리고 생활방식을 모두 존중하고 모임을 이끄는 방법이 과연 최선 인가 하는 회의감도 들게 된다.

인연과 관계의 지속 여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딱 맞는 해결 방법을 결정하기 전에 생각하고 책에서 보고 배운 해결방법의 방향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해야 할 숙제를 하나하나 생각하여 정리해 보자. 

타인에 대한 각자의 기대치가 저버리고 상처를 받지 않는 방법, 불편러와의 관계의 결정권과 선택권을 찾아야겠다. 상처를 받을수록 성숙해질 수도 있지만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착하게만 살지도 않는 방법을 찾아보자. 

건강하지 못한 관계와 불편한 인연 끊기를 실천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하여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의 근육을 더 단련하고 키워보자. 

불편한 언행을 보일 때 적절한 대응과 위트로 분위기를 바꾸고 불편러가 스스로 느끼고 개선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찾아보고 연습을 해보자. 

불편한 내 감정을 품위 있게 제어하면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불편러의 언행을 조절하고 제어할 수 있는 어휘력과 대화능력을 키워보자. 

과한 행동과 심한 말을 사용하지 하지 않고도 나름대로 불편러와 건강한 울타리를 세우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 

불편러가 특정 한 사람에게만 불편하게 하는지 다른 누구에게도 그런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자. 

다른 사람들이 원인제공을 하지 않았는지도 검토해 보자. 불편러의 상황과 배경을 이해하며 각자를 방어하기 위한 방편을 세워보자. 

다른 방편으로 어려울 수도 있지만 싫어하는 불편러의 장점을 찾아보자. 당하는 사람이 느끼는 불편러의 단점이 다른 사람에게는 소중하고 매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반대로 각자가 SNS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때나 가정, 형제나 친척들과 관계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학교, 취미, 동기, 종교 등 여러 인연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인 모임에서 도움을 주었거나 만나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는가 살펴보자. 

인연을 바탕으로 한 관계 속에서 타인에게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는가에 대하여 성찰을 해보고 그것들로 인해 다른 누구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는가에 대하여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보자. 

끝으로, 이와 같이 인연과 관계의 상황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고 불편러와 문제를 거론하며 의견을 구하는 것이 불편러에 대한 뒤담화인가 아니면 현명한 답을 찾거나 얻을 수 있는 공론의 장인가? 불편러와 관계와 인연의 지속, 단절 또는 개선방법에 과연 현명한 해답은 어떤 것인가?

여러분은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나갈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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