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김동현] 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 ②

부산중•고 재경동창회 사무국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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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 ②

김동현(17회 · 청조역사관 추진위원장)


싱가포르는 국민소득이 우리의 2배가 넘는 선진국인데도 후진국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태형(笞刑)으로 범죄자를 다스리고 있다. 태형은 15세에서 50세의 남자에게만 적용되지만 1대 맞으면 기절할 정도이므로 의사 입회 아래 집행된다. 불법 입국은 3대, 무기 탄약 소지는 6대, 밀수와 강간은 12대이다. 1994년 차량에 낙서한 미국청년 마이클 페이에게 공공기물 훼손죄로 6대의 태형이 선고되었는데, 클린턴 대통령의 간곡한 선처요구를 감안하여 4대의 매질을 한 후 추방한 일이 있었다. 2002년에는 전 세계의 반대시위에도 불구하고 마약 400g을 운반한 25세의 호주 청년을 ‘원칙대로’ 사형집행했다. 국민들이 공포와 엄한 형벌을 통해 범죄 없는 청정사회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적도 바로 위에 위치한 상하(常夏)의 기온이기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추운 나라’로 알려져 있다. 바깥은 덥지만 실내는 어디든지 냉방시설이 아주 잘 되어 실내외 온도차이가 가장 큰 나라이므로 항상 춥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개 더운 지방 사람들은 나태한 품성 때문인지 개발도상국이 많은데, 싱가포르만은 예외여서 아테네 이후 가장 훌륭한 도시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국민소득 세계 5위인 싱가포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높은 청렴도이다. 최근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한국은 62점으로 32위인데 비해 싱가포르는 85점으로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학교성적 1% 이내 우등생은 모두 공무원으로 채용한다. 고교시절부터 우수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주고 대학은 해외 명문대로 보내서 세계 엘리트들과 교우관계를 맺도록 지원한다. 공무원 경쟁력 세계 1위답게 임금도 최고급으로 대우해줌으로써 부정부패의 유혹을 원천적으로 막아준다. 


특히 싱가포르는 ‘글로벌 스쿨 하우스’라는 국가목표 아래 MIT나 와튼스쿨, 존스홉킨스 등 세계 10대 명문대와 제휴하거나 자체캠퍼스를 유치하여 우수한 인력배출은 물론, 싱가포르를 아시아 대학허브로 만들어가고 있다. 서울대가 세계 118위일 때 싱가포르국립대학은 18위였으며, 2023년 현재 싱가포르대학이 아시아 1위, 세계 11위로 평가받게 된 것도 대학을 일찌감치 개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싱가포르대학의 명성에 힘입어, 한때 외국인학생 2천 명 모집에 2만 5천 명 이상이 몰려 13:1의 경쟁률을 보였다. 


또한 싱가포르는 한해 20만 명 이상의 외국환자들이 몰려들어 아시아의 의료허브로도 각광받고 있다. 6성급 호텔서비스를 하고 있는 그린 이글스 병원은 환자보호자들의 여가시간에 관광안내를 위해 자격 가이드까지 고용하고 있다.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된 이 병원은 고객의 절반이 외국인이다. 


싱가포르는 중국인이 74%, 말레이인 13%, 인도 9%, 방글라데시 등 기타 민족이 4%인 다민족 국가에 무지개처럼 다양한 종교이지만, 오순도순 화합하면서 성공신화를 이룩한 배경은 독특한 ‘사회통합’ 정책 덕분이다. 싱가포르는 중국어, 영어, 인도 타밀어, 말레이어 등 4개의 공용어를 쓰지만 제1공용어는 영어이고 헌법상 국어는 말레이어이다. 모든 화폐에는 초대 대통령이었던 말레이인 이스학이 차지하고 있다. 인도사람들이 냄새나는 카레를 즐기자, 오히려 매년 8월 셋째 주 토요일을 ‘카레 먹는 날’로 정해서 화합을 주도하고 있다.

토지의 사유화가 금지된 싱가포르는 국민 72%가 공공임대주택에 살기 때문에 집걱정이 없는 나라다. 사회주의 국가처럼 대부분 토지는 국가소유이고 신혼부부에게는 30년 임대의 주택이 공급된다. 그래서 젊은이가 애인에게 “주택개발청에 아파트 신청하러 가자”는 말은 결혼 프로포즈로 통한다.


중국계인 리콴유는 “중국인들의 나쁜 습관을 뿌리 뽑겠다”면서 중국 중심의 정책을 멀리하고, 질서를 넘어서는 자유를 용납하지 않았다. 세계 지도자들을 무수히 만난 헨리 키신저는 “리콴유처럼 많은 것을 가르쳐준 사람은 없다”고 했다. 세계의 화교상인들을 연결하여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세계화상대회의 창안자도 바로 리콴유 수상이다. 등소평도 싱가포르를 방문한 후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했다. 리콴유는 수상퇴임 후 원로장관을 거쳐 스승장관(Minister of Mentor)으로 추앙받았으며 그 집안이 계속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중국의 상인정신이 깔려 있는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로부터 송수관을 통해 물을 공급받으면서 이 물을 가공하여 몇 배나 비싸게 되팔고 있다. 중국인 거부들이 지난번 코로나 팬데믹 때 상하이 철통봉쇄에 놀란데다 미국과 중국 간의 심각한 갈등 속에 편안하고 자유로운 중립지대 싱가포르로 이주하는 붐이 최근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도 고령화에 출산율이 낮아지자 정년을 연장하고 시니어 재교육을 통해 은퇴자들의 숙련된 기술과 지혜를 활용하는, 이른바 엘더노믹스(Eldernomics)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보트나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영주권자 4백만 명 외에 170만 명이나 되는 외국근로자들의 거취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싱가포르 남단의 인공섬 센토사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워트파크, 스카이라인 루지, 골프장, 비치, 쇼핑몰이 몰려 있는 동남아 대표적인 관광 휴양지이다. 특히 2013년부터 미국 LPGA투어 HSBC위민스 골프대회가 열리고 있는 센토사골프클럽은 2021년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골프장 운영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물론, 남은 배출량은 국제 기후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배출권을 구매하고 있다. 또한 회원들에게 라운딩 당 1달러씩을 거둬서 페루와 인도네시아의 숲과 늪지대 보호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센토사 골프클럽은 1년 회원권값이 67만 달러나 되는데도 중국인 부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16세기 조선시대 봉건적 질곡 속에 역동적인 평민들의 삶을 그린 소설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가 20대 중반인 1914년부터 3년간 싱가포르에 체류했다. 한일병합에 절망한 부친 홍범식이 자결한 후 상하이로 건너간 홍명희는 신규식의 권유로 임시정부의 재정적 후원을 받기 위해 남양(南洋)에 갔던 것이다. 중국혁명을 주도한 쑨원이 싱가포르를 비롯한 남양을 10차례나 방문하여 큰 도움을 받았으나, 미국과 달리 당시 한국교포사회는 기반이 열악하여 별다른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 폭력과 겨울과 산이 없는 3無의 나라 싱가포르, 아시아의 시마트시티 1위인 싱가포르. 세계 최고급이라는 창이공항을 비롯하여 시내의 주요한 건물 대부분을 우리 한국기업들이 건설한 것에 만족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표적인 친미국가이면서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고 있는 싱가포르를 부러워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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