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_중국을 다시 본다②] 中國은 어떤 나라인가? /2020년 9월호

관리자
202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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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은 어떤 나라인가?            조현태  : 중국 섬서성 외국전문가(27회) 


중국에 경자년필유대란(庚子年必有大亂)이라는 말이 있다. 1840년 아편전쟁, 1900년 의화단의 난과 8국 연군(八國 聯軍)의 침략, 1960년 3년 자연재해와 대약진운동으로 3천만명이 굶어 죽은 대기근, 2020년 코로나 등 60년마다 대(大) 재난이 발생했다. 중국인의 집단적 기억이고 미신(迷信)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심상치 않다. 

경자년 쥐띠 해 연초부터 중국에 역병이 창궐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가 천지가 놀라고 인심이 황황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야말로 천하 대란이 일어나고 있고, 작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 전쟁 속에 홍콩사태가 터지자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 국제사회가 중국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제적으로 코로나 중국 책임론이 대두하고 세계 각국이 탈 중국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이 사면초가의 국제적 고립에 직면해 있다. 

또한 중국 남부에 100년 만의 대홍수가 발생하여 국토의 1/6이 물에 잠겼고 식량위기설까지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와 홍콩사태, 대 홍수 등은 중국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돌발사건으로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할 수 조차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홍수와 한발, 역병이 반복해서 발생했고 사서에는 몇 페이지 넘길 때마다 “대역(大疫)이나 온역(瘟疫)”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다. 

홍수를 막기 위한 관개와 치수가 역대 왕조의 최대 과제였고 그것이 동방 전제주의 국가의 기원이라는 설도 있다. 비트포겔이 주장한 이 치수사회 가설은 마르크스의 아시아적 생산양식 가설과 함께 근거가 부족하고, 10여 년의 논쟁 끝에 치수가 없었더라도 중국 농경사회에 전제국가가 출현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중국 고대의 역병 유행에는 두 가지 규칙성이 발견된다. 즉 대홍수 후에 역병이 돌고 큰 전쟁 후에 역병이 창궐했다. 요즘 각광을 받는 환경사(環境史)의 연구에 의하면 그것은 기후변화와 큰 관련이 있다. 한냉기와 명청시대의 소빙하기 (小氷河期) 등 기후변화와 오호란화(五胡亂華),몽골과 여진족 등 북방 유목민족의 침공이 시기적으로 정확히 일치한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인구이동이 몽골에서 발원한 세균과 바이러스 전파를 가져왔고, 황건적, 주원장 등 농민반란과 함께 왕조 교체의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다. 병자호란 때 청태종 황타이지가 인조의 항복을 받자마자 서둘러 철군한 것도 천연두 때문이라는 설이있다. 

중국 인구의 94%가 후환용선(胡煥庸線) 동남쪽에 거주

우리가 중국을 얘기할 때 흔히 스케일이 크다고 한다. 중국의 국토면적은 미국과 비슷하나 사막화 등으로 인해 1/3 이 황무지이고 14억 인구 의 94%가 흑룡강성 흑하(黑河)와 운남성 텅충(騰沖)을 잇는 대각선 동남쪽에 거주한다. 이 선은 1950년대 인구지리학자 후환용(胡煥庸)의  이름을 따서 후환용선(胡煥庸線) 이라고 부르는 데, 고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인구비율이 크게 변하지않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는 하지만 주마간산 피상적 관찰 에 그치기 쉽고 14억 인구가 살아가는 모습과 그들이 만들 어가는 이야기를 전할 수 없다. 다 아는 이유로 중국 밖에서 보다 중국 안에서 중국을 더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동안 중국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도시 외관은 물론 교통 인프라가 상전벽해처럼 변했지만, 하늘과 땅과 강이 회복되 기 어려울 정도로 황량해졌다는 점이다. 일년 중 절반이 스모그로 뒤덮인 하늘 아래 농작물도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의문이다. 필자가 중국을 여행할 때 가장 주의 깊게 보는 것은 지형이고 가는 곳마다 박물관은 빼놓지 않는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부 없이 오늘의 중국을 이해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수년 전 한 북경대 역사학과 교수는 중국 역사를 알려면 진시황과 공자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친구는 오늘의 중국을 알려면 공산당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공산당이 영도하는 지금의 중국 체제는 상부의 지시가 일사불란하게 집행되는 거국체제(擧國體制)이고, 고대 황제체제(帝制)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본래 중국의 황제체제는 백성의 두려움(恐)에 기초한 체제이다. 혹자는 시진핑 통치를 '디지털 레닌이즘'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중국이 AI를 이용한 전 국민 감시시스템을 만들어 조지 오웰의 소설《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사상과 제도가 우리와 다르고 서구의 시각과 기준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맥락에서 중국예외론 또는 중국특수론이 제기되고 있다. 처음 중국예외론은 마르크스의 아시아적 생산 양식론에서 시작되었다. 유럽 같은 봉건제가 없었던 중국이 어떻게 자본주의를 건너뛰어 사회주의로 이행했는가 하는 논의이다. 다음으로 세계 보편적인 기준과 잣대로 중국을 봐서는 안되고 중국 고유의 특성과 중국의 실정을 감안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우리나라 진보진영에서 북한연구 방법론으로 내세운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과 유사하다.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중국특색” 

중국 내에서는 '중국특색'이라는 용어를 정부의 합법성을 주장하고 민주, 자유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거부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이제는 무슨 단어든 앞에 중국특색이라는 말만 붙이면 만사형통이다. '중국특색 사회주의'라는 말은 등소평이 저작권을 갖고 있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형용 모순의 개념도 만들었지만, 시진핑도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긴 이름의 사상을 내세우고 입만 열면 중국특색을 말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중국의 실정(國情)이란 인구가 많고 자원이 부족하며 사회주의 초급단계에 처해 있는 개발도상국이고 사회주의만이 중국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특히 아편전쟁 이후 100년의 침략과 굴욕의 역사가 있어 영토와 주권을 중시하고 인권보다 주권을 우선하며 내정간섭을 배격한다. 이러한 중국예외론은 중국모델론으로 연장되고 대외적으로 '중국경험', '중국방안'을 제시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모델론은 강한 정부, 국유기업, 산업정책이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것이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권위주의 모델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있다. 북경대 장웨이잉 교수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시장화와 기업가 정신, 서구 300년의 기술축적이라는 보편적 모델에 따랐다는 것을 논증했다. 현재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경제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작년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초과했다. 

그러나 본래 3월 초 개최되는 전인대(全人大)가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잡힌 5월에 개최되었지만 경제성장 목표도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명색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빈부격차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5월 28일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리커창 총리의 발언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중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이 연간 3만元(약 500만원)이지만, 월평균 소득이 1,000元(약 17만원) 이하 인구가 6억 명에 달한다고 밝힌 것이다. 공식 통계에 의하면 상위 1% 고소득층이 전체 자산의 30%, 상위 10% 계층이 전체의 70% 를 차지한다.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2.9억 명의 농민공(農民工)과 연간 900만 명의 대졸자의 취업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중국이 직면한 대내외 도전 

중국의 부상을 놓고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일치된 견해가 없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고 수십 년 내 미국을 대체하려는 수정주의 세력으로서 중국의 평화적 부상은 불가능하다는 시각,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체제 내에서 부상하는 것이고 패권 장악 의도가 없다는 견해, 중국붕괴와 중국 공산당 몰락을 예견하고 앞으로도 백년 이상 미국이 패권을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 등 등 스팩트럼이 매우 넓다. 

미국이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에 나선 것은 중국을 미국의 패권에 대한 현실적 위협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안고 있는 국내 문제가 너무 많고 지속적 성장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진핑 등장 이후 경제개혁이 부진하고 정치개혁이 후퇴하여 정치가 경제발전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였지만 시장경제의 근간인 재산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정부가 시장에 일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국유기업 뿐만 아니라 사영기업과 외자기업에까지 당 조직 설립이 의무화되었다. 법치가 확립되지 않고 오랜 역사 속에 쌓여온 불신 때문에 경제활동은 물론 사회 전반이 게임의 룰(rules of game) 보다는 꽌시(關係)라고 하는 인적 네트워크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 특히 불분명한 재산권은 부패와 사기의 온상이 되어 중국이 가짜 천국이란 오명을 얻기에 이르렀다. 장기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통계학적 문제가 심각한 경제 사회 문제로 대두할 가능성이 크다. 경자년 들어 중국때문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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