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일화①] 제 환공(齊 桓公)의 비참한 최후

관리자
20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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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환공(齊 桓公)의 비참한 최후

최병훈 (25회·전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중국 역사를 간추려 보면, 요순(堯舜)시대에 이어 고대 3왕조(하, 은, 주/ 夏, 殷, 周)가 있고, 주(周)나라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춘추시대 BC770~403 + 전국시대 BC 403~221)를 거쳐 진(秦)나라가 통일하나, 혹정으로 혼란이 이어지다가 유방(劉邦)과 항우(項羽)의 초한전(楚漢戰) 끝에 유방이 항우를 꺾고 한(漢)나라를 세워 한족(漢族)의 왕조가 시작되고 청(淸)나라 왕조까지 이어지다가 중화민국(中華民 國)이 된다. 

춘추전국시대는 춘추오패(春秋五覇 : 周 왕실의 권위가 떨어지고 지방 제후(諸侯)들의 힘이 강해지면서 패권을 다투는 데, 이 때 패권을 잡았던 5인의 覇者(누가 춘추오패인지에 대하여 여러 설이 있으나, 《순자(荀子)》〈왕패(王覇)〉에 따르면 제환공, 진문공, 초장왕, 오왕 합려, 월왕 구천이 정설)와 전국칠웅(戰國七雄 : 秦, 楚, 齊, 燕, 韓, 魏, 趙나라를 말함) 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끊임없는 세력 다툼의 시기(약 550년)였다고 할 수 있다.

춘추오패 중 가장 먼저 패자의 자리에 오른 자가 바로 제 환공(재위 BC 685~643)이니, 그 위세가 대단하였으나, 말년에는 간신배들에 휘둘리면서 너무나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사기(史記)』<제태공세가(齊太公世家)>에 다음과 같은 이 야기가 나온다. 관중(管仲)이 늙어 병석에 누웠을 때, 환공이 물었다.

환공 : 뭇신하들 가운데 재상을 시킬만한 이는 누구인가? 

관중 : 임금보다 더 신하를 잘 알 사람은 없지요. 

환공 : 易牙(역아)는 어떤가? 

관중 : (역아는 음식을 관장하던 자로서 음식 맛을 잘 내고 아첨에 능해서 제 아들을 삶은 국을 환공에게 바침으로써) 임금에 영합하였으니 인정에 어긋납니다. 안됩니다. (세상에 자기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 아비는 없습니다. 아들에게 그토록 잔인한 사람이 어떻게 군주에게 잘 하겠습니까?) 

환공 : 開方(개방)은 어떤가? 

관중 : (衛 공자 개방은 부친이 죽었을 때도 고향에 가지 않아) 부모를 배반하고 임금에게 영합하였으니 인정에 어긋납니다. 가까이 두기 어렵습니다. (세상천지에 가장 가까운 부모에게도 그렇게 무정한데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겠습니까?) 

환공 : 黎刀(수도)는 어떤가? 

관중 : 제 생식기를 갈라 임금에게 영합하였으니 인정에 어긋납니다. 친애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에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독하게 자기 몸을 훼손하는 자가 어떻게 군주에게 잘 할 수 있겠습니까?) 

환공 : 그러면 常之巫(상지무)는 어떤가? 그는 사람이 죽을 때를 예언하고 나의 지병까지 치료해줬는데 그 조차 믿지 못한단 말이오? 

관중 : 태어나고 죽는 건 운명에 달렸으며 지병은 본디 신체의 약점입니다. 자기 수명도 모르고 근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오직 상지무에게 기대어 건강을 유지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환공은 자신이 패자에 오르도록 만들어준 명재상, 관중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관중이 죽은 뒤 역아, 개방, 수도, 상지무를 조정에서 쫓아내긴 했으나, 그 뒤부터 환공은 통 밥맛이 없고 잠도 이루지 못하며 정사를 돌볼 마음도 생기지 않았으며 병까지 도져 궁궐이 어수선해졌다. 궁궐 내 생활이 이미 이들 네 명의 간신에 의해 길들여져 있었다. 그래서 3년 뒤 환공은 그들을 다시 조정으로 불러들였다. 

이들이 복직한 다음 해 환공이 병이 나자 이들은 반란을 일으켜 환공을 가두고 외부 출입을 막아 굶겨 죽일 작정이었다. 관중과 함께 환공을 보위하던 포숙아(鮑叔牙)도 죽은 뒤 환공도 병석에 눕자, 처첩들 간의 후계자 다툼과 간신들의 권력 암투가 노골화되자 환공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은 지 11일이 지나 방문으로 구더기가 기어나와 환공이 죽은 줄 알았다고 한다. 아무도 돌보지 않았다. 그의 시신은 67일 동안 방치된 채 남겨졌다가 환공의 아들 중 무궤(無詭)가 즉위 하고서야 비로소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화려했던 패자의 말로였다. 이는 환공이 패업(覇業)을 이루자 자신을 패자가 되도록 만든 관중(管仲)의 충언마저 듣지 않고, 총애하는 환관과 간신에 둘러싸여 정사를 그들에게 맡긴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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