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간다- 고난이 찾아와도 지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라 / 2020.12월호

관리자
20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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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 서 정 욱 (54회· 제이제이액팅스튜디오 대표, 배우, 탤런트) 

멘티 : 김 호 영 (70회· 부산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공학과 중퇴,  배우 준비 중) 


나는 멋진 배우가 되길 꿈꾸고 있는 한 명의 배우 지망생이다. 언젠가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며 희로애락을 느낄 것을 상상하면, 가슴 한편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사실 원래부터 배우가 꿈은 아니었다. 원래 꿈은 게임회사의 CEO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산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었다. 그랬던 내가 연기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된 순간은, 고등학교 졸업식 날이었다. 학생회장이었던 나는 졸업식 답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뻔히 예상되는 지루하고 형식적인 답사를 읽고 싶지 않았다. 비록 표현이 고급스럽지 못하더라도 내 마음속에 있던 말들을 하자고 생각했고 그렇게했다. 내 마음속 말들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정말 놀라웠다. 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라는 한사람이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움직일 수 있는 거였구나’. 내가 그 마음을 움직였다는 사실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그 순간부터 나는 사람들 앞에 서서 그들에게 뭔가 감동을 주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극예술연구회’라는동아리 활동도 했었지만 배우가 되기위해 ‘제대로 된 준비’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결국 부산대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와 꿈을 향한 준비들을 하게되었다. 굳은 결심들이 있었지만, 혼자서 꿈을 향해 험한 길을 헤쳐나가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고, 어린 나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후배가 간다’라는 코너를 통해 서정욱(54회, 제이제이액팅스튜디오대표) 선배를 만나게된다는 것이 답답한 마음의 한줄기 빛이 되어주었다.


선배님께 부산고등학교는 어떤 의미입니까?

사실 우리는 평준화 세대다 보니 선배님들만큼 그렇게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솔직히 ‘선배님들이 쌓아온 것들에 누가 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나 할까? 사실 힘이 되기보다는 부담이 더 많이 된다. 게다가 예체능 쪽은 선배님이거의 없다. 별로 이점을 못 느꼈다. 부담만 더 있었다. 몇년전 우연찮은 기회에 성준환 동기(54회,동기회장)의 소개로 <이수회>라는모임에 나가게 되었는데, 잘 모르는 선배님들이 정말 따뜻하게 대해줘서 배우 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상처와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받았다. 그 이후로 부산고 선후배님들과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다. 그저 고향 같은느낌이다.

38회 곽경택 선배님, 양중경 선배님, KBS 개그맨 출신인 44회허동환 선배님 등 몇 분이 계시지만 법조계나 일반 회사들처럼 훌륭한 선배님들께 여러 가지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런분야는아니다.


기억에 남는 학창 시절 에피소드가 있으십니까?

대학 진학을 위해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에서 “연극영화학과에 가서 연기전공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다음날 선생님이 어머니를 호출하셔서 말씀하시길, “어머니, 정욱이가 정말 잘 생겼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하셨다. 그 말에 우리 어머니 엄청 웃으셨다. 2019년에 일일드라마 ‘왼손잡이 아내’라는 작품에서 오지훈역으로 출연했었는데 당시 담임 선생님이셨던 최준권선생님께서 보셨다면 정말 놀랐을 거 같다.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는 나서는 건 싫어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건 은근히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는 운동회 때 기마전이나 차전놀이에 왕역할로 활약을 했었고, 고등학교때는 등교를 할 때는 몇몇 친구들이 연예인 등교한다며 박수를 치며 손을 흔들어줬는데,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동료, 친구들에게 주목받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또 하나의 큰 이유는 학교다닐 때부터 정해진 시간에 등교하고 하교하는 틀에 박힌 생활을 한다는 게 견디기 힘들었다. 자유롭게 활동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직업이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게되었다.


배우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행복했던 순간은?

힘들었던 적은 2014년에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라는 작품을 할 때였는데 기침 감기가 너무 심해서 성대결절이 왔다.노래가 전혀 안 되는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무대에 올랐었다. 관객들한테도 죄송했고, 나의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슬럼프가 있었다.지금도 고음이 잘 안 올라간다. 하지만, 혹시나 주어질 작품을 위해꾸준히 노래 레슨을 받고있다.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면 배우는 프리랜서이기에 다음 작품을 하기 위해서는 매번 오디션이란 것을 보는데, 그 치열함 속에서 살아남고 배역을 따냈을 때를 꼽을 수있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연에 출연하고, 관객들에게 큰 박수갈채를 받을 때의 그 행복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가장 기초적인 발음, 발성, 화술,상대방과 호흡하는 연기적인 기술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한 인물을 표현해내야 하는 직업이기에 그 인물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더 나아가 사랑하지 않으면 표현 자체가 불가하다. “재능이 있다,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만, 지나 보면 그런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눈빛이나 목소리가 좋은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결국은 훈련이고 노력이다. 최근의 연기 스타일은 사실주의가 대세다. 예전처럼 불같은 연기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는지, 그러면서도 진짜 본인의 말과 스타일을 보여 줄 수 있는지, 그런게 되어야한다.

그리고 미안한 이야기지만 배우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활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무언가 ‘안전장치’ 같은 게 있어야 한다.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항상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안 사정이 좋지 않으면 쫓기는 마음이 들고 불안해져서 연기도 더 어려워진다. 나도 연기를 하고 있지만, 그런 기반을 만들기 위해 석사, 박사 과정을 하면서 연기학원도 운영하고각종 행사의 사회도 보는 등 계속해서 공부하며 관련된 일들을 계속 하고 있다. 탤런트나 배우들이 조금 유명해지면 석/박사 과정을 다시 하고, 부동산을 매입해 임대업을 하는 것들이그런이유다.

인생은 결코 짧지않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다 보면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인생을 길게 보고, 배우로서의 삶도 길게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정된 나의 기반을 만들고 기본적인 준비가 있어야 오래할 수 있고 기회도 온다.


우리 사회에서 예술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술은 여러 기능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적으로 삶을 격려하고 위로하며, 또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예술 중에서도 연기라는 분야는 좀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고,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게 함으로써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한다. 그래서 예술가는 미래에도 더욱 각광받는 직업이 되지않을까 싶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일이 로봇으로 대체되는 게 많다고 하는데 예술은 절대로 대체될수 없는 사람의 감성이 필요한 직업이기때문이다.


배우의 꿈을 좇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본인이 좋아서 선택한 직업이고 원래 어려운 길이다. 연기자로 성공하면 돈을 많이 벌겠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다. 워낙 불안정한 일들이라 평균적으로는 마이너스 인생이 될 수밖에없다. 그런길이라는 걸 알고 다짐하고 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배우가 될 거니까 학벌은 필요 없어 ”또는 “나는 이런 일은안 해도 돼”, 이런 생각은 절대 하지마라.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려운 과정들도 이겨내기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2중 3중의 대안이 더 필요하다. 일이 잘안되면 사람이 불안해지고 일이 더 꼬이게되기 때문이다. 인생을 길게 보고 자신의 미래에 시간을 투자하면서, 즐거움과 고난은 번갈아 찾아오는 법이니까 무엇보다 지치지 말아라. 배우의 꿈 꼭 이루길 바란다.


정리_조철제·44회 청조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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