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간다(반도체 엔지니어의 길을 묻다) / 한계를 짓지 말고, 구체적인 꿈을 가져라

관리자
2021-09-12
조회수 2160

나의 한계를 짓지 말고, 구체적인 꿈을 가져라

*멘토 박재홍(36회, 삼성전자 부사장) /*멘티 김영남(68회, 성균관대학교 반도체시스템 공학과 재학)


대학 생활 중 가장 중요하다는 3학년도 절반이 지나간 여름방학 막바지에「청조인」의 <후배가 간다> 인터뷰 제안을 받았다. 방학 기간이라 시간 여유가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기업체를 다니고 계시며, 현장에 근무하시는 선배님께 직접 이 분야의 전망과 대학 생활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듣고 싶어서 인터뷰에 응했다. 

며칠 뒤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S.LSI) 사업부에서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계신 박재홍(36회) 선배님을 만나게 되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인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DSR(Device Solutions Research) 타워에서 만난 선배님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큰형님처럼 우리를 맞아 주셨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반도체 엔지니어로서 내가 앞으로 가야할 길과 대기업 임원의 시점에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준비해야 할 것인지 그려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학창 시절 공부를 잘 했는데 특별한 비결은? 학창 시절 에피소드는? 

특별한 비결은 없었다. 솔직히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무작정 공부만 했던 것 같다. 성격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타입이었다. 공부하는 이유는 오히려 대학, 대학원에 가면서 깨닫게 되는것같다. 우리는 평준화와 과외 금지 시기에 입학해서 자습반을 만들어 공부했었다. 무엇보다 좋은 선생님들 밑에서 배운게 컸던 것 같다. 국어 고창효 선생님, 영어 추세민 선생님, 화학 하계식 선생님, 독어 박영식 선생님 등 비평준화 때부터 이어져 온 훌륭한 선생님들이 있었다. 학교 수업만 잘 들어도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었다.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는데, 아버지가 부산고 10회 졸업생이어서 내가 부산고로 배정을 받자 엄청나게 좋아하셨다. 동문들에게 자랑을 많이 하셨다. 


파운드리, 시스템LSI 사업부를 이끌고 계신데 비메모리 분야를 선택한 계기는? 

반도체 사업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거다. 한국에서는 특히 메모리가 중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비메모리 분야가 더 중요하고, 계속 그럴 거로 생각해서 비메모리 분야를 선택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비메모리 분야는 메모리 분야만큼 발전하지는 못했다. 비메모리는 생태계를 만들어야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롱텀의 비전을 가지고 투자를 해서 사업을 새롭게 만들어가야하는 시장, 다수의 사람이 함께 일해서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등 기반부터 만들어 가야 하는 분야다. 전망도 밝고 이익률도 높은 분야인데 우리 나라는 아직 산업생태계가 약하다. 아마도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의 투자로 산업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분야라 현재의 우리 환경과 잘맞지 않아서 일 것이다.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며, 그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교육시스템의 혁신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현재는 우리나라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곧,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비메모리는 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들어 내는 기반이 되기도 하고, 미래의 큰 시장이 있는 분야인 만큼 우리 후배들이 사회에 나갈 때는 주류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뛰어난 반도체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나 추천하는 공부는? 

신입사원이나 인턴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시스템 반도체 (비메모리 반도체)는 종합선물 세트같다.”는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공정, 설계, 라이브러리, 에스램(SRAM) 등등, 집으로 비유하면 땅 다지고, 뼈대를 올리고, 블록 쌓고, 벽돌을 다지고, 냉/ 난방시설에 인테리어까지 다하는 것이다. 여러 분야가 통합되고, 합쳐져 고루 발전해야 하는 분야다. 

수업을 들을 때도 다양하게 배우고 경험해서 기반을 쌓아야 한다. 회사에 들어오면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학교 다닐 때 기초 과목 등 여러 과목을 다양하게 들으면 좋다. 두 번째로는 외국어 실력이 좋아야 한다. 고객과 사업파트너들의 80~90%가 외국인이다. 외국인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능력은 필수다. 마지막으로 인문학을 폭넓게 익히면 좋은데,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사회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한데, 책은 이런 능력을 얻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대기업의 책임자로서 사회 초년생인 후배들에게 바 라는 모습은? 

회사 생활은 한마디로 ‘레퓨테이션(reputation, 평판)’이다. 어떤 일이든 적극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회사는 내 일만 하는 사람보다 회사 전체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본인에게 손해가 가더라도 전체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넓게 생각하는 훈련을 끊임없이 해서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나를 시키면 둘을 하고, 다섯을 생각해 내는 게 중요하다. proactive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회사 생활을 잘하는 요령이다. ‘임원이 되고 싶으면 임원처럼 행동하라’는 말이 있다. 대기업에 입사할 정도면 사실 실력은 비슷비슷하다. 능력보다는 태도가 결과를 좌지우지한다. 고과를 못 받는 경우에도 일희일비하지 말고, 길게 보고 초심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해나가면 언젠가는 알아주게 되어 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개인적인 이유보다 팀/회사의 입장에서의사 결정을 해보라. 그래야 좋은 평판이 쌓인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힘든 이유가 외국의 회사와 경쟁해야 하는데, 한국의 대기업은 분야가 펼쳐져 있으면서 다양한 외국회사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직원 수가 많은 것으로 보여도, 분야가 많아서 실제 한 분야에 들어가 있는 인력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오래 다니기가 어렵지는 않다. 요즘은 본인이 그만두지 않는 한 회사에서 열심히 하는 직원을 먼저 내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젊었을 때부터 “나의 커리어패스를 어떻게 만들어 갈까, 직장생활 40년을 나는 어떻게 다닐까?” 고민해야 한다. 


인생의 선배로서 사회 후배들에게 한 말씀? 

큰 꿈을 가져라.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제한하지 마라. 나는 대기업에서 계속 일했는데, 지금에 와서 나의 커리어 패스를 돌아보면, 젊은 시절부터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를 너무 한정한 것 아닌가 아쉽다.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사업같은 것에 도전해 봤어도 좋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사회에 좀더 큰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꿈을 크고 구체적으로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꿈을 크고 구체적으로가져야, 내 꿈을 이루기위해 준비해야할 것, 노력해야 할 것들이 명확해진다. 그 단계를 하나하나 달성하다보면 어느 덧 꿈을 이룬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후배들이 자신의 한계를 짓지 말고, 큰 꿈을 가지고, 거기에 걸맞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정리_조철제(44회·청조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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